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진 Mar 15. 2016

반쯤 성공한 인생담

<조이>(2015), 데이빗 O. 러셀

결론부터 미리 적자면 <조이>는 이전의 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영화들보다 감흥은 적다. '여성 CEO의 실화'라고 할 때 선험적으로 예상하게 되는 것들 - 이를테면 빛나는 성공 뒤에 가려진 그림자 - 로부터 <조이>는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재능이나 꿈이 있었지만 그를 뒷받침하지 못한 불우한 가정사, 우연하게 생각지 못한 데서 찾아온 전환점, 갑작스레 마주하게 되는 시련, 그리고 그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데에서 오는 쾌감까지. 그러나 이들은 따지고 보면 형태나 정도만 다를 뿐 많은 이들이 거의 보편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오히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이나 <아메리칸 허슬(2013)과 이야기의 구조가 많이 다른 데 비해 캐릭터 구축이나 연출 방식은 비슷하다는 것에서 <조이>는 이질적이다. 인물 간의 관계나 특정 사건에 의해 주인공이 무언가를 깨닫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난 삶을 돌아보는 회고에 가깝다. 여기서 <조이>는 절정의 순간을 일부러 짧게 만들고 과정에 코미디를 더해 기존의 '성공담'들로부터 변화를 꾀한다.



대체로 이런 이야기를 다룰 때 흔히 주인공의 곁에 대립되거나 동반자적인 인물을 함께 내세워 이야기의 축으로 삼는 것과 달리 <조이>의 '조이'를 제외한 인물들은 모두 주변인 이상을 (출연 분량과 무관하게) 넘어서지 않는다. 이 점이 기존 데이빗 O. 러셀 감독과 제니퍼 로렌스의 협업에 비해  <조이>의 제니퍼 로렌스가 맡은 배역이 성격적으로 그다지 돌출되지 않고 캐릭터 자체가 강한 인상을 주기는 어려움에도 그녀를 자연스럽고 그리고 인위적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과는 별개로 '조이'가 자신의 감정을 주변 인물에게 적극적이고 강하게 표출하는 장면은 많지 않음에도 그렇다.


삶에서 행복은 많은 경우 멀리 있지 않고 이미 누리고 있는 것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현재에서 큰 걸음 하나를 옮겨낼 때 그것이 전환점이 되어 삶을 진일보시키기도 한다. '조이'의 말처럼 세상은 언제나 기회로만 열려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조이>는 실패한 성공담도, 성공한 실패담도 아닌, 반쯤 성공한 인생담에 가까워보인다. (★ 7/10점.)



<조이(Joy, 2015)>, 데이빗 O. 러셀
2016년 3월 10일 (국내) 개봉, 124분, 12세 관람가.


출연: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 니로, 브래들리 쿠퍼, 에드가 라미레즈, 이사벨라 로셀리니, 엘리자베스 롬 등.






*좋아요와 덧글, 공유는 글쓴이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의도 대신 감정적 분노만 남았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