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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Sep 14. 2020

첫 온라인 클래스를 진행한 날

관객의 취향 '써서 보는 영화' 9월반


비대면, 언택트 같은 단어를 듣기 시작한 게 벌써 여름이 되기도 전부터의 일이므로, 온라인으로 클래스를 오늘에야 처음 진행했다는 건 꽤 늦은 것이기도 하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말하는 기분은 모두가 나만 쳐다보고 있는 3,000명 앞에서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관객의 취향에서 영화 글쓰기 클래스 [써서 보는 영화]를 재작년 9월 시작했으니 이미 2년째인데, 거의 이틀 동안 테스트를 했는데도 전에 없던 긴장감이 있었다.


부산에서 참석하신 분을 비롯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이 아닌 각자의 위치와 환경에서 다섯 분이 4주 과정의 시작을 함께해주셨다. (오프라인인 것처럼)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글쓰기 고민을 들었으며 과제를 위해 고른 각자의 영화들도 기억했다. 비대면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도, 글쓰기의 처음이 그렇듯 시작해보고 나니 다행히 제법 그럴듯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떨어져 있지만 각자의 영상과 음성과 채팅을 통해 참여해주시고 피드백과 리액션을 아낌없이 주신 분들 덕분이었다.


'Google Meet'을 활용해 영상과 음성, 화면 공유를 통한 클래스 진행을 했다.


소설가 김연수는 최근 장편 『일곱 해의 마지막』(문학동네, 2020)에서 초판 한정 독자 엽서를 통해 이렇게 적었다. "잘 지내셨는지요? 오랜만의 기별입니다. 눈 드물던 겨울과 입 다문 봄 지나 벌써 뜨거운 여름이네요. 예년과 다른 여름입니다. 말 배우는 아이처럼, 우린 또 배워나갈 겁니다. 여름의 끝까지, 지치시지 말기를 바라며... 2020 여름 김연수."


이제는 가을이 되었다. 계절은 흐르지만 이 상황은 앞으로도 별로 괜찮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말을 이미 몇 개월 전에 들었다. 온라인에서 무엇인가를 하기를 배웠듯이,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환경의 벽 앞에 체념하지 않고 벽 너머에 있을 것들을 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일, 그리고 지치지 않으며 있는 일일 것이다.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는 총 네 번의 일요일 오후 6시를 지금과 같이 느슨한 연결로 함께 보낸다. 좋아하는 것과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일은 원래 쉽지 않은데 더 쉽지 않게 된 지금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나도, 당신들도. (2020.09.13.)




인스타그램: @cosmos__j

그 외 모임/클래스 공지 모음(노션):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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