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장편소설 '복자에게'(2020, 문학동네)로부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에 관해서라면 여러 차례 언급해왔지만 오늘도 한 번 더 써야겠다. 예약판매 후 2주 정도를 기다려 『복자에게』를 받은 날. 어떤 작가나 작품을 좋아하는 건, 그(들)의 존재가 단지 호감이나 매력 같은 것만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 나아가면서도 한결같은 방식으로 거기 그 자리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를 읽었을 때나 『경애의 마음』을 접했을 때나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만났을 때나 계속해서 한 작가를 좋아하는 작가의 목록 맨 앞에서 언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이 이야기도 종종 언급했던 것이지만 이것 역시도 오늘 한 번 더 써야겠다. 나는 픽션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렇게 마음을 다해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의 마음이 있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 쓰는 사람의 이야기에 언제나 벅참을 느끼고 감동이나 위로를 만나며 세계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이 소설 덕분에,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 덕분에, 나 역시 혼자가 아닌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만나는 일만큼이나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이 행복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책을 마주하는 순간 덕분이다. 첫 장을 시작도 하지 않은 채 곧장 작가의 말부터 펼쳤지만, 그럼에도 나는 분명 이렇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