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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05. 2016

사회에 발 딛는 초년생을 위한 쿨한 첨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데이빗 프랑켈

영화의 후반부 '안드레아'(앤 해서웨이)와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차 안에서의 대화 장면. "다들 내가 되고 싶어 하지"라는 '미란다'의 원래 각본상의 대사는 실제 "다들 우리처럼 되길 원해"로 바뀌었다. 선망의 대상을 개인이 아니라 산업으로 옮겨오는 조치로, 이는 '미란다'가 사적인 허영이나 악랄함 같은 것으로 가득 찬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을 잘 드러내는 대목 중 하나다. <섹스 앤 시티>(1998)부터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 같은 작품까지 아우르는 데이빗 프랑켈 감독의 폭 넓은 연출력은 어떤 이야기에서도 캐릭터의 외연보다는 내면을 표현하는 데 중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다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는 오히려 캐릭터들이 발붙이고 있는 세계를 더 생생히 표현하여 자연스레 관객이 캐릭터의 감정에 몰입토록 하는 방법을 택한다. 비록 결말부로 향할수록 '20-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그리는 '칙릿 무비'의 전형성을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시종 유지되는 특유의 '쿨함'은 오히려 원작의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안드레아'(앤 해서웨이)부터 '미란다'(메릴 스트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캐릭터들은 각자가 영화 속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를 명확히 드러내고, 또한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름의 매력까지 형성해낸다. 한 마디로 패션계, 혹은 '런웨이'의 숲과 그 안의 색깔을 이루는 나무들을 모두 소홀히 하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또한 뉴욕에 한 번도 가본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자신의 뉴욕에서의 삶의 모습을 그려봄직한, 그런 영화로 탄생했다.


원작에 없는 부분을 많이 추가하면서 주인공의 캐릭터가 다소 영화적으로(혹은 인위적으로) 더 극성이 두드러지는 인물이 되기는 했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명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어쩌면 '악마도 프라다를 입는다'로 다가오기도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 울타리 밖으로 나가 새 옷을 입는 사회인들을 향한 담대하면서도 부드러운 첨언이다. (★ 7/10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 데이빗 프랑켈

2006년 10월 25일 (국내) 개봉, 109분, 12세 관람가.


출연: 앤 해서웨이, 메릴 스트립,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 아드리언 그레니어, 사이번 베이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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