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2020) 리뷰
[킹덤]의 시즌 3와 스핀오프 '아신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은희 작가는 <아레나> 1월호에서 "실제의 나는 불의를 보면 피해 가는 겁 많은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그럴 거다. 자신에게는 불똥이 튀지 않았으면 싶은 거. 사실 무섭잖아. 자신의 안전을 위해 불의를 모 본 척 넘어가는 이가 있다 해도 그를 욕하고 싶진 않다. 정의로운 일을 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니. 어쩌면 그래서 내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그런 일들을 시키는 게 아닐까? 그리고 사람들도 그렇기에 오히려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자꾸 쓰게 되는 건 아직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한다.
[킹덤](2019~)의 두 시즌을 보고 이어서 [스위트홈](2020)을 보면서 드는 생각도 비슷했다.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모두가 침착하고 현명하게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건 수십, 수백 번도 더 본 영화관에서의 비상 대피 요령도 실제 상황(을 겪어본 경우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고)이 되면 그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린 홈'이 최소한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공간에서 죽음과 '괴물화'의 공간이 되자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행동한다.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고 생존자를 이끄는 브레인과 같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스스로의 안위만이 최우선인 인물도 있고, 자신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누군가를 구하게 되는 인물도 있다. 희생하는 이도 있고 물러서는 이도 있으며, 소중한 이를 잃고 남겨진 이도 있다. 안식처가 되어야 할 공간이 전혀 '스위트홈'이지 못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그러나 각자의 요령으로 생존의 방식을 터득해 나간다.
영화 <엑시트>(2019)에 관해 쓴 글에서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 <엑시트>가 주는 희망이란 이런 것이다. 선의를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한, 잘하면 이 세상은 더 나빠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암벽등반처럼 취업에 직접 도움이 안 되는 일도 쓸모가 있다는 것보다 더 희망적인 건 우리가 어떤 상황에도 누군가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일이다. (...)" 물론 [스위트홈]은 그렇게 희망적인 줄거리를 다루진 않지만 그럼에도 남겨두는 어떤 여지가 있다.
결국 좀비가 등장하든 여타의 크리처들이 등장하든 그것이 어떤 장르로 만들어지든 간에 미디어가 의도했든 아니든 담게 되는 건 그 미디어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현재 진행형의 어떤 현실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원작이 있다는 것보다 각색과 창작의 과정을 거쳐 지금 꽤 유효한 이야기로 다가왔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해 보인다. [스위트홈]은 다음 시즌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고,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적당한 기대감을 안고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