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극장의 봄을 앞두고
결론적으로 이번 설날 연휴는 평년과 같은 명절 특수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픽사 애니메이션 신작 <소울>(2020)이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누적 관객 수 156만 명을 넘어서는 등 새해 첫 흥행을 이어갔지만, <새해전야>(누적 13만 명), <몬스터 헌터>(누적 8만 명) 등 연휴 주간 개봉한 국내외 신작들이 이렇다 할 흥행을 거두지 못하면서 오히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누적 62만 명) 등 기존 상영작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나타냈다. 전체적인 주말 관객 수 역시 지난 주보다 소폭 늘기는 했으나 명절과는 무관한 일반적인 주말 변동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일부 완화되면서 극장 영업시간에도 변동이 생기는 등 향후 코로나 19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면 극장에도 조금씩 봄이 올 여지가 보이기는 하는데, 이는 <소울>을 넘어설 신작이 부재했던 까닭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명절 라인업 자체의 영향도 있다고 할 수는 있겠다. 평년 설날에 어떤 영화들이 개봉했었는지를 떠올려보면 더 확실한 비교가 될 듯.
2020년 작년 설날은 한국 영화 강세였다. 우민호 감독 신작 <남산의 부장들>을 비롯해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 그리고 이성민, 김서형, 배정남 등이 출연한 <미스터 주: 사라진 VIP> 등이 동시에 개봉해 각축을 벌였다. 결과적으로는 <남산의 부장들>의 압승. <남산의 부장들>은 설 연휴를 낀 첫 주말까지 누적 관객 260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는 <히트맨>, <미스터 주: 사라진 VIP> 관객 수를 합친 것보다도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남산의 부장들>은 결국 2020년 국내 개봉작 전체 흥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설날은 한 주 앞서 개봉한 <극한직업>이 여전히 압도하며 연휴 개봉작들의 기세를 꺾었다. <극한직업>은 2주차 주말 관객 수만 248만 명을 넘어서며 <뺑반>(57만 2천 명), <드래곤 길들이기 3>(42만 명)의 기록을 크게 상회했다. 결국 1월 23일 개봉했던 <극한직업>은 누적 관객 1,600만 명을 넘어서며 3월 초까지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켰다.
모처럼(?) 외화가 1위를 차지했던 2018년 설날. 동 시기 한국영화들이 그리 좋은 평을 얻지 못한 반면 마블 인피니티 사가의 중요한 작품이 된 <블랙 팬서>가 주말 관객 190만 명을 동원하며 1위로 데뷔했다. 이어서 시리즈 3편인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71만 3천 명, <골든슬럼버>가 62만 8천 명,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가 21만 명의 주말 관객 수를 나타냈다.
2017년 설날 연휴는 연휴 개봉작이 아닌 한 주 앞서 개봉한 영화들이 주도했다. CJ의 <공조>가 주말 관객 193만 명을 동원해 1위를 차지했으며 NEW의 <더 킹>은 124만 명, 그리고 두 영화보다도 한 주 앞서 개봉한 디즈니의 <모아나>가 3주차 주말 관객 29만 명을 동원했다. 해당 주간에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배우와 감독 내한 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첫 주말 26만 5천여 명의 오프닝으로 박스오피스를 주도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대체로 대목에는 한 편의 영화가 나머지를 압도하거나, 두세 편의 영화가 서로 엇비슷한 추이를 오가며 사이좋게 흥행을 기록한다. 2016년은 전자였다. 황정민, 강동원을 앞세운 <검사외전>이 첫 주말 233만 관객을 동원하며 900만 관객 돌파의 기초를 다졌다. 2위는 55만 2천여 명의 오프닝을 기록한 <쿵푸팬더 3>, 그리고 3위는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가 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랭크되었다.
이번 주 <미션 파서블>을 비롯해 다음 주 <톰과 제리>, 그리고 3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미나리>, <고질라 VS. 콩> 등 겨울이 지나감과 함께 조금씩 다음 시즌 신작들의 윤곽이 잡히는 중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도 박스오피스 관련 테마 하나를 잡아 116번째 글을 써 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