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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24. 2016

영화를 대하는 기준에 있어 평점의 의미란

영화와 같은, 문화에 대해서는 가치를 계량화하기가 어렵다. 경제나 수학처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향유하는 것이기에 주관적인 가치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참고할 만한 척도로 형성된 것이 바로 '평점'(혹은 별점)이라는 것이다.


@로튼토마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의 10일 전 토마토미터.


이 평점의 척도는 같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결코 같지 않다. 10점 만점으로 산정할 때 A라는 영화에 대해 8점을 줬다고 하고, B라는 영화에 대해 6점을 줬다고 생각해보자. A라는 영화가 B라는 영화보다 좋은 영화, 혹은 뛰어난 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보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A라는 영화의 8점은 그 영화에 대한 기대치 10점 중 8점에 상응하는 값이 충족되었다는 의미이며, B라는 영화의 6점은 그 영화에 대한 기대치 10점 중 6점에 상응하는 값이 충족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단지 참고성의 지표에 불과한 평점을 가지고 A는 '8점 짜리' 영화, B는 '6점 짜리' 영화로 단정지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 당연하게도 평균이라는 지표다. 포털사이트나 영화 정보 사이트에서 쌓이고 매겨지는 평점은 전체를 하나의 값으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영화에 대한 비평을 모아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는 주로 퍼센트로, 네이버와 같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평균 평점이 그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A라는 영화가 평균 평점 8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건 대충 그 영화를 본 사람의 80% 정도는 실망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통한다. 나머지 20%는 만족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으로서 기능하지는 못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란 존재하지 않으며, 대다수에게 혹평을 듣는 작품이어도 나에게는 그 영화는 굉장한 명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극장 등의 플랫폼을 통해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를 다 관람할 수 없고 취사 선택해야만 하기에 평점과 같은 지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사람(들)의 평점만 믿고 어떤 영화를 '거른다'는 것은 그 속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타인의 리뷰나 평점, 언론 매체의 보도 등을 적당히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그들의 그것일 뿐이다.


어떤 영화의 해외에서의 반응만으로 국내에서는 개봉 전부터 이미 '망작'과 같은 단어들로 재단되곤 한다. 직접 감상하고 나서 어떤 점에서 아쉽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어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절대적이고 옳은 것처럼 매도되는 것은 오류다. 숱하게 많은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지만 최근의 <귀향>이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같은 영화들이 그랬다. 마치 어떤 영화는 호의적으로 평가해야만 하는 '분위기', 어떤 영화는 비판적으로 봐야만 그 영화를 잘 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그런 것은 없어야 한다. 다름과 틀림이라는 단어는 괜히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모든 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상대주의에 입각해서 보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영화를 '조금 더' 잘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차이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평가에 대한 재평가는 어디까지나 그 관점이나 논지에 대한 것이어야 하지, 그 평가를 한 주체에 대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정답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는 '다름'을 용인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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