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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26. 2016

그리움이 닿아서 만들어지는 일

<냉정과 열정 사이>(2001), 나카에 이사무

지나간 시간은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불과 몇 년 후의 모습도 예측할 수 없으며 인류가 기술을 발전시키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상상 속 '타임머신'이라는 것이 그리 빠른 시일 내에 나올 거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런 인류가 기울이는 노력 중 하나가 과거의 흔적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냉정과 열정 사이>(2001)의 '준세이'(다케노우치 유타카)가 하는 일이 바로 오래된 미술품을 살리고 복원하는 일이다.


15년이 지난 영화라는 것을 감안해도 촬영은 다소 투박하며, 몇몇 장면에서는 다소 의아한 편집에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정서'를 조성하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야겠다.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편) 굳이 좋다는 것을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트랙 하나쯤은 분명하게 기억할 만한 뛰어난 OST는 물론(다만 조금 과하게 사용되었다), 원작에서 주요 줄기만 가져다 나름대로 나쁘지 않게 배치해낸 솜씨도 있다.



영화 속에서, 그리고 원작 소설을 통해 설정된 그의 직업은 작품 안에서 꽤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극 중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직업"이라며 복원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말하는 '준세이'의 말처럼 어쩌면 지나간 기억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다만 한쪽이 다른 한쪽을 그리워하기는 쉬우나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기란 어렵다. 과거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 정도로 단순화시킬 수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는 그래서 보는 이들이 자신이 겪었거나 지금 겪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한 번 정도는 돌아보게 할 만하다. 우리의 10년 후는 커녕 10일 후도 구름 속에 감춰져 있지만, 그 속의 햇살 같은 것을 어렵사리 찾아내는 힘은 곧 그리움이라는 것.



그래서 영화 같은 일이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현실일 일. 조연들의 속사정은 알 리 만무한 채, 서로의 서사는 그렇게 다시 만들어진다. 자신이 아닌 타자를 함께 주연으로 둔 그들의 기억과 기억을 잇는 서사. 그렇게 어제의 그림은 오늘 칠해지기도 한다. (★ 7/10점.)



<냉정과 열정 사이(冷靜と情熱のあいだ, Between Calm And Passion, 2001), 나카에 이사무

2016년 4월 21일 (국내) 재개봉, 2003년 10월 10일 (국내) 개봉, 124분, 15세 관람가.


출연: 다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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