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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y 08. 2016

신념과 사념의 혼재 속, 당신은 누구 편에 설 것인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안소니 루소&조 루소

태생 자체가 이벤트 성격에 가까웠던 원작('시빌 워')을 스크린에 얼마나 상세하고 충실하게 구현해냈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하나의 영화로서 얼마나 성실한지, 만이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는 조금씩 입문 관객을 향한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MCU 내 영화들과의 연계 역시 강화되어 가고 있다. 동시에 '수퍼히어로'(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영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 있다. 이는 굳이 마블(디즈니)와 DC(워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런 배경들을 상기하고 볼 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이게 가능할 수 있구나' 싶을 만큼 조화로운 운영에 있어서 뛰어나다. 어쩌면 전작들을 오히려 뛰어넘을 정도의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양과 질 모두에 있어서 그다지 부족함이 없다. 이것은 캐릭터의 숫자와 그들을 적절한 시점에 등장시키고 퇴장시키는 감각과 액션 등 외적 요소에 한한다. 영화에 등장했거나 앞으로 등장하게 될 모든 영웅들을 포괄하는 '초인등록법안' 대신 어벤져스 집단으로 그 대상을 한정하는 '소코비아 협정'으로 갈등의 요인을 선회한 것은 아주 현명하다. 지극히 납득할 수 있다.



아쉬운 건 처음 화두로 제기된 소코비아 협정 대신 후반부를 이끄는 동력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은 협정 자체보다는 캐릭터 개인의 사연에 국한된다는 점에 있다. ('지모'(다니엘 브륄)라는 빌런이 얼마나 강렬하고 소름 끼칠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였는지와는 별개다.) 말하자면 신념과 사념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 자체는 납득할 수 있지만 그것이 혼재되고 연결되는 과정 자체가 썩 매끄럽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영화를 보는 내내 흡인력은 굉장하지만 정작 보고 나서는 '시빌 워'라는 제목 자체와 영화의 내용 간의 어느 정도의 괴리감은 느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과 '앤트맨'(폴 러드)의 활용은 팬 서비스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하며,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공항 시퀀스의 경우 컷들의 합 자체는 좋으나 '비전'(폴 베타니)과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등 일부 캐릭터의 경우 동선이 다소 답답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루소 형제 감독의 의도가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일종의 논란 혹은 제3의 화두를 형성하는 것이었다면 최소한 그 부분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리고 이 영화 속 최고의 캐릭터는 다름 아닌 블랙 팬서. (★ 8/10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안소니 루소, 조 루소

2016년 4월 27일 (국내) 개봉, 147분, 12세 관람가.


출연: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세바스찬 스탠, 다니엘 브륄, 스칼렛 요한슨, 안소니 마키, 돈 치들, 제레미 레너, 엘리자베스 올슨, 폴 베타니, 채드윅 보스만, 톰 홀랜드, 에밀리 반캠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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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막은 다수의 관객에게 큰 무리 없이 다가오는 무난한 번역이나 일부 대사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하거나 필요했을 부분마저 생략해버리는 모습들이 보여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분명 편한 번역이 아니라 원문을 그대로 살렸어야만 하는 장면이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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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상영 후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와 관련된 영상 하나와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과 관련된 영상 하나, 총 두 개의 보너스 영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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