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작년 하반기와 올해 지금까지 개봉하거나 공개된 영화들은 매체로서, 예술로서, 플랫폼으로서 영화의 의미를 물었다. 특히 최근 개봉한 <고질라 VS. 콩>이나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같은 영화들은 엔터테인먼트로서 영화가 주는 경험을 집중적으로 추구한 결과물에 가깝다. 그렇다면 반응은? <고질라 VS. 콩>은 <테넷>보다 6천만 달러를 더 벌었고 국내에서도 유니버설의 다른 몬스터버스 영화들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들였다. 아직 해외 주요 국가에서 개봉하지 않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국내에서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오프닝을 기록했다.
이건 소위 자본을 앞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의 일이 아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개봉 17주차까지 박스오피스 5위권을 지키고 있고 국내 관객 수는 곧 <소울>을 넘어설 예정이다. 통상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도달하기 불가능한 수치에 이른 건 작품에 대한 팬덤이나 그들을 겨냥한 각종 다회차 관람 특전 등 영향도 있겠지만, 그것 자체가 극장에서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이고 관객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이 책에 ‘moviegoer’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비고어』, ‘편집장의 말’ 중에서) ⠀ 이제 극장은 극장 바깥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몇 년 전부터 수없이 들었다. 극장 산업의 외형적인 성장이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른 것은 사실이고, 기존의 IPTV와 VOD 외에 여러 OTT 플랫폼이 생겨나고 지배력을 늘려가면서 표면적으로 극장의 입지가 위협받는 것도 사실이다. 팬데믹으로 극장이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이고 좌석 수를 줄이면서 얼핏 보기에 사람들이 더 이상 극장에 의존하지 않게 된 면은 있다. 최근에 몇몇 사람들과 했던 이야기에도 그런 맥락이 있었다. 예컨대 가장 최근에 극장을 찾았던 게 작년이라든지,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조커>(2019) 같은 작품이었다든지.
그런 데도 계속해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오직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꾸준히 옹호하고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가 끝난 뒤 그것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를 만나는 시간은 당연하게도 물리적인 ‘상영시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생각하는 한 영화는 멈추지 않고, 경험(Theatrical Experience)하는 한 계속해서 존재한다. 다가오는 여름에도 그럴 것이다. ⠀ 『무비고어』는 기자, 평론가, 활동가 등 여러 필진이 실은 영화에 대한 리뷰와 비평, 에세이 등이 게재된 잡지다. 4월에 나온 창간호에는 “Mask Season”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현재 2호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편안하고 안전하고 익숙한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매 순간 미지의 경험과 그것이 주는 불확실성을 사랑하는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