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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16. 2021

게임 엔터테인먼트의 선한 세계를 지켜내기

영화 '프리 가이'(2021) 리뷰

<프리 가이>(2021)는 비디오 게임 속 논-플레이어블 캐릭터(NPC)인 '가이'(라이언 레이놀즈)를 주인공으로 하여 게임 업계 종사자들과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을 아우른다. 다른 미디어 믹스나 IP를 기반으로 한 것도 다른 어떤 작품의 시퀄/프리퀄/리메이크도 아닌데 오히려, <트론>(1982)이나 <픽셀>(2015), <레디 플레이어 원>(2018) 같은 유사 장르 혹은 소재 영화를 적극 떠올리게 만드는가 하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등의 영화 포스터가 몇 장면에서 아예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 영화의 프리-포스트 프로덕션 시기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던 시기와 걸쳐 있는데 오히려 그것 덕분에 디즈니 산하의 IP 일부가 직접적으로 이스터에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 '프리 가이' 스틸컷


이 '익숙한 오리지널리티'가, <프리 가이>를 다시 보게 만든다. 범람하는 콘텐츠들과의 경쟁 속에서 혹은 자연히 생명력이 다해서 '서비스 종료'를 맞이하게 되는 수많은 게임 서버 안에 단지 수많은 0과 1들의 형태로 프로그래밍된 채로 존재했을 무수한 NPC들은 어디로 가나. 이런 상상은 마치 <토이 스토리 4>(2019)가 '인간이 주인이 아닌' 장난감들의 '삶'을 상상해 트릴로지를 잇는 훌륭한 속편으로 탄생시켰던 것과 유사하다. 앞 문단에서 언급한 이스터에그이자 카메오로서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는 대목은 <레디 플레이어 원>의 클라이맥스인 둠 행성 전투 신에서 '건담'이 등장하는 대목과 닮았기도 하다. (우연하게도(?) <프리 가이>의 공동 각본가 자크 펜은 <레디 플레이어 원>의 공동 각본가이기도 하다)


수나미 스튜디오의 개발자이자 '밀리'(조디 코머)의 동업자였던 '키스' 역의 조 키어리는 감독 숀 레비가 제작자이기도 한 [기묘한 이야기](2016-2022)에 출연 중이고 지나가는 목소리 출연에 휴 잭맨, 드웨인 존슨, 티나 페이, 존 크래신스키 등이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팩맨'이나 '메가버스터', '포트나이트' 같은 수많은 게임 콘텐츠를 직, 간접적으로 인용하거나 차용하기도 하면서 <프리 가이> 속 '프리 시티'와 '프리 라이프'의 구성은 'GTA'에서 시작해 '심즈'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로 '가이' 시점의 '프리 시티' 안의 모습은 현실처럼, 그리고 '프리 시티'의 사용자들이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모습은 명확하게 게임처럼 보이도록 구성해 두 세계를 구분하는가 하면 '아바타' 역으로 카메오 출연한 채닝 테이텀이 (아마도 헤드셋을 착용한 채) 게임 밖 부모님과 대화를 하는 장면 등을 통해 관객이 보는 세계가 오픈 월드 가상현실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영화 '프리 가이' 스틸컷


120분이 채 되지 않는 적당히 길지 않은 상영시간 안에 <프리 가이>는 많은 것을 집약하고 있다. 그러나 전적으로 이것은 게임 콘텐츠 혹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고찰의 형태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하다. 이 이야기도 1년이 넘게 개봉이 미뤄져 왔다. 개봉을 기다려오면서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도 '플레이'에서 출발해 '지켜내기'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과 사랑하는 일의 결집으로 만들어낸 성실하고 낙천적인 힘. 이름이 잊힌 모든 논-플레이어블 조연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내는 이 서사는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영화 '프리 가이' 북미 포스터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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