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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y 29. 2016

종말 앞에서도 그들은 언제나 타인을 위해 싸워왔다.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 브라이언 싱어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모두가 반가워 할 어떤 캐릭터의 특별 출연은 분명히 즐겁기는 하나,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캐릭터는 앞으로 제작될 시퀄과 스핀오프를 위해 소모적으로, 혹은 과욕적으로 쓰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10년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역시도 속편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전작이 기존 시리즈가 내보였던 모든 오류나 한계를 바로잡는 데 성공했기에, 전작의 존재만으로도 이번 작품은 자연히 비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포 호스맨'을 위해 상영시간 중 1시간을 할애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엑스맨> 프랜차이즈를 거론할 때 브라이언 싱어라는 이름을 빼놓고 화제를 생각할 수는 없다. 액션에 능한 감독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캐릭터를 구축하고 바라보며 활용하는 그의 눈은 정확하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로 시작된 프리퀄 3부작의 세 번째 영화이자 전작 <엑스맨: 데이브 오브 퓨처 패스트>(2014)로부터 10년 후를 다루는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어쩌면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라는 시리즈 사상 최강의 빌런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로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었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전작 '데오퓨'에 비하면 분명하게 단점이 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장점이 명확하다.



모든 캐릭터들의 성격과 특성을 꼼꼼하게 챙겨낸 카메라 동선과 액션, CG는 각본 자체의 한계를 보완하여 액션과 드라마가 따로 노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진 그레이'(소피 터너) 등 다른 캐릭터를 고려할 때 '아포칼립스' 역시 부족하지 않은 비중과 영향력으로 구현되었으며, 재림한 그가 행동에 나서는 계기 역시 납득할 만큼 설명된다. 또한 지금껏 만들어진 모든 <엑스맨> 시리즈들(브라이언 싱어의 연출작이 아닌 것도 물론 포함하여)을 아우르는 팬 서비스와 디테일까지 일품이다. (전작들을 꾸준히 감상했다면 반가울 대목이 자주 있다.) 그 특성상 분명한 선악을 구분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 시리즈에서, 절대악이나 다름 없는 적을 등장시키고도 여전히 다름과 그 다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깊은 사고를 잃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합격이다. 게다가 '엑스포스' 등 앞으로 이어질 영화들을 배려한 설정 안배까지도.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후 나오는 보너스 영상을 주목!) 자연히 시리즈 사상 최장의 상영시간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은 '아포칼립스'가 아니라 '찰스'(제임스 맥어보이)와 '에릭'(마이클 패스벤더), '레이븐'(제니퍼 로렌스)의 관계다. 소수자에 해당하는 '엑스맨'이 행동에 나서는 계기는 모두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것에 있다. 여기에는 우정도 포함된다. 이제는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를 빼놓고는 선뜻 캐릭터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그들은 눈빛만으로도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이제 브라이언 싱어는 새로운 '엑스맨'들을 등장시킨다. 그리고는 이제 그들이 가야할, 가게 될,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 8/10점.)




<엑스맨: 아포칼립스(X-Men: Apocalypse, 2016)>, 브라이언 싱어

2016년 5월 25일 (국내) 개봉, 143분, 12세 관람가.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오스카 아이삭, 니콜라스 홀트, 소피 터너, 로즈 번, 에반 피터스, 올리비아 문, 타이 쉐리던, 알렉산드라 쉬프, 코디 스밋-맥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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