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끔직한 일로 교도소 복역을 하게 된 ‘루스’(산드라 블록)는 출소 후 새 삶을 살고자 하지만 ‘경찰 살해범’ 꼬리표는 어딜 가나 그의 일상을 가로막는다. 20년 전 헤어진 동생에게 안부 연락을 하려던 시도도 동생의 양부모에 의해 좌절되고, 생계를 위해 생선 공장과 목공 일을 하는 동안, ‘루스’의 삶에 과거의 일들이 하나 둘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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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웨인라이트의 TV 시리즈 [언포기븐]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언포기버블>(2021)은 이미 <그래비티>(2013), <버드 박스>(2018) 등을 통해 인생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일들을 겪어낸 이를 연기해 온 산드라 블록이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익숙하게 담는다. 동생을 포기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각별하고도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가석방되어 매일 감시를 받고 나날이 과거를 떠올려야만 하는 사람의 내면도 더없이 생생하다.
영화 '언포기버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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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 그리고 거기 연루된 또 다른 가족들의 행동인데 <언포기버블>이 캐릭터 조형과 활용에 성공적인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여기에는 동생의 양부모, 그리고 ‘루스’가 살았던 집에 거주하는 변호사 부부, 그리고 ‘루스’가 일하는 생선 공장의 동료, 과거 사건 피해자의 두 아들 등 제한적인 상영시간 안에 여러 캐릭터가 개입된다. 수시로 개입하는 플래시백은 다소 반복적이며 한스 짐머의 스코어도 드라마를 잘 살리는 쪽이기보다는 간신히 흐름을 지탱하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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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저절로 흐르지 않고 끊임없이 부딪히고 좌초되며 어디서든 더한 풍랑이 찾아온다는 걸 <언포기버블>은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해지는 어떤 해원과 안도감도 있다. 다만 ‘루스’에게 끊임없이 주어지는 난관의 과정들이 그 자체로 효과적인 드라마였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결말이 충분한 보상이 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