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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01. 2022

입양에 관해 말할 때 생각하게 되는 것들

영화 ‘노웨어 스페셜’(2020) 리뷰

영화 '노웨어 스페셜' 스틸컷

병으로 죽어가는 ‘존’(제임스 노턴)은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이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좋은’ 가정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사회복지사와 함께 입양을 원하는 몇 군데의 가정을 방문하는 동안에도 아들은 아빠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존’이 (‘마이클’과 함께) 찾아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과 상황에 있다. 어떤 교육이든 시켜줄 수 있는 부유한 부부도 있고 이미 수많은 입양아들을 대가족으로 끌어안은 부부도 있다. 임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이도 있고, 이미 아기용품들까지 구비해놓은 채 어린 아기를 원하는 부부도 있다.


<노웨어 스페셜>(2020)이 다루는 화두와 그로부터 이끌어내는 감정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스틸 라이프>(2013)에서도 이미 죽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펼쳐낸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은 우리가 입양에 대해 생각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가 고민해보게 한다. 만약 저들 중 한 가정을 택한다면, 그건 ‘존’이 원하는 선택인가 혹은 ‘마이클’이 원하는 선택인가. 꼭 그 나이대의 아이가 할 법한 질문처럼 “입양이 뭐야?”라고 물어보지만 ‘마이클’은 입양을 원치 않는다. ‘존’ 또한 자기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가정을 찾느라 조급하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 스틸컷


‘존’이 사회복지사와 나누는 대화에는 아이에게 부모의 부재를 어떻게 혹은 어디까지 인지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존’은 자신이 병에 걸려 죽었다는 걸 ‘마이클’이 모르기를 바라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궁금해할 것에 대하여 견해차가 있다. 영화에서 직접 다뤄지지 않지만 입양된 곳에서 (‘존’이 없게 되고 난 뒤) ‘마이클’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염려도 있다.


그러니까 <노웨어 스페셜>이 말하는 건 입양을 위해 특정한 가정을 고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Nowhere special”) 지금 남은 하루에 충실하면서 ‘어떻게 사랑을 알게 할 것인가’다. 기억되는 한 영원히 살아 있다는 말. 몸은 떠나도 마음은 흙이 아닌 공기가 되어 어디서든 당신을 지켜보고 당신을 들을 것이라는 말. 생명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는 말. 입양 자체에 골몰해 있었던 ‘존’은 무엇이 정말로 아들을 위한 것인가로 시선을 옮기기 시작한다.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이별과 상실 앞에서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10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상영시간이 말해주듯 <노웨어 스페셜>은 인물의 곁에 내내 머물면서도 감정을 강요하지도 전지적 시점에서 인물의 삶을 흔들어놓지도 않는다. 최선의 문제가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지금을 온 사랑을 담아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채워내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이것은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 국내 메인 포스터

<노웨어 스페셜>(Nowhere Special, 2020),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

2021년 12월 29일 (국내) 개봉, 96분, 전체 관람가.


출연: 제임스 노턴, 다니엘 라몬트, 에일린 오히긴스, 발레리 오코너 등.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공동배급: (주)인터파크


영화 '노웨어 스페셜' 스틸컷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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