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며 몇 개의 기고, 모임, 강의 등을 병행하다 보니, 2021년에도 브런치에 그리 충실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혹은 검색 유입 등 어디선가 제 어떤 글을 발견해주신 분들에게 연말을 핑계로 감사의 뜻을 남겨봅니다.
다소 사적으로 느끼는 부분이지만 브런치 글을 발행하고 난 뒤의 알림들을 보다 보면 인스타그램에서의 소위 'l4l'이나 'f4f'처럼 의미 없는 ‘라이킷’이 꽤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피드백이 아닌 리액션에는 큰 연연을 하지 않는 터라 온라인 공간에서 종종 경험하는 ‘허공에 글을 띄우는 기분’은 기록을 지속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기록을 지속하면서 어떤 동력을 얻는 순간은 브런치 바깥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주로 브런치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리뷰나 행사 등 제안을 받게 되므로 이것을 꼭 ‘브런치 바깥’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내 글을 읽어주거나 주목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실감을 하게 되는 일은 팔 할이 오프라인에서 일어납니다.
거창한 신년사 같은 것을 할 요량은 안 되지만, 2021년은 그래도 제게 의미 있는 몇 가지 발자취들이 있었으므로 간략하게나마 일부를 여기 다시 옮겨두려 합니다. 네, 내년에는 오늘보다 더 나은 무엇을 써보려 노력하겠다는, 그러하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일종의 회고이자 다짐입니다.
1.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최우수 작가 선정
브런치에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진행했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활동 결과 총 50명의 작가 중 1인인 ‘최우수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플러스, 웨이브 등 몇 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활동 기간은 리뷰를 쓸 작품을 고르는 동안에 찾아오는 행복한 고민부터 한두 해 전에 감상했던 작품들의 기억을 복기하는 즐거운 순간들까지, 작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었습니다.
2. 『씨네21』 창간 26주년 특별호 ‘2010-2020 당신의 영화 베스트 10은 무엇입니까’ 기획 참여
영화 전문 주간지인 『씨네21』 이 2021년 4월 창간 26주년을 맞아 2010년대 영화 중 ‘베스트 10’을 골라달라는 질문을 국내외 여러 영화감독, 평론가, 기자 등에게 했습니다. 총 92명이 응답한 이 기획에 감사하게도 저도 목록을 보탰습니다. 저는 <로마>, <레디 플레이어 원>, <컨택트>, <쓰리 빌보드>, <다가오는 것들>, <라이프 오브 파이>, <패터슨>, <휴고>, <작은 아씨들>, <스타 이즈 본>을 골랐습니다. 작년에는 동 주간지에서 조사한 '10대 관객이 선정한 신뢰하거나 참고하는 영화 전문가' 6위에 뽑히기도 했어요. (어리둥절) 여담으로, 2021년 단 한 편의 영화를 골라야 한다면 여러 차례 리뷰 등을 통해 언급한 <노매드랜드>를 고르고 싶어요.
2020년 10월 시작한 ‘팝콘각’ 채널에 패널로 출연하게 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채널은 아니지만 시간을 쪼개어 매월 원고를 작업하고 녹화에 참여하는 순간마다 한 달의 주요 마일스톤 같은 것을 지나는 느낌으로 있습니다. 느리게 나아가고 있어 얼마 전에 채널 구독자 1,000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팝콘각 유튜브의 영상은 매주 업로드됩니다. 최근에는 <매트릭스: 리저렉션>,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의 영화 프리뷰 콘텐츠가 게재되었고 1월에는 ‘2022년 기대작’을 비롯해 신작인 <모비우스>, <하우스 오브 구찌> 프리뷰가 각각 게재될 예정입니다.
기상청, 교원에듀 등을 통해 영화 리뷰 원고를 고정으로 진행하게 됐고, ifland, 노원평생학습관, 신월음악도서관 등에서 일회성 혹은 다회차의 영화/글쓰기 관련 강의, 해설 등을 진행했습니다. 트레바리, 패스트파이브 등에서 영화 모임을 이끌었고, <미나리>부터 <피부를 판 남자> 등에 이르기까지 몇 편의 영화사로부터 초청받아 리뷰를 쓰기도 했습니다. 영화 오프라인 홍보/마케팅 에이전시에서 근무했던 이력 덕분에 (2020년 여름부터) 몇 개의 보도자료를 쓰고 있기도 해요. 모 콘텐츠 유통사의 영화 유튜브 채널에서 한동안 영상 원고를 쓰기도 했습니다.
물론, 결과물이 되지 못하고 과정으로만 남은 것들도 있습니다. ‘클래스101’의 제안으로 영화 글쓰기 강의 VOD 콘텐츠를 기획했으나 수요조사를 충족하지 못했고, 고마운 제안으로 ‘기록 루틴’을 주제로 한 출판 기획을 진행했으나 그것 또한 최종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든 제 글방의 문을 두드려주는 일이 있다는 건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고 오히려 그러한 과정이 있음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상술한 많은 것들은 대부분 브런치 작가 활동을 계기로 만들어졌으니, 올해에도 카카오 브런치에 대한 감사함을 빼놓을 수는 없겠습니다.
실은 오늘은 그냥 12월 31일이고 내일은 그냥 1월 1일이므로, 2022년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올해 그러했듯이 내년에도 영화에 관해 생각하고 글 쓰고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지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영화의 이야기로 언젠가 어디선가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혹은 여기라도. (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