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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08. 2022

택시기사님과의 재회

우연한 행운 같은 것들에게


택시에 탑승한 아침. 기사님의 첫마디가 "어 여기서 다시 뵙네요"였다. 네? "저저번 주에 여기서 손님 태웠거든요, 목적지도 같네요." 차량번호와 이용 기록을 보니 정말 그랬다. 일주일 하고도 4일 전. 기사님이 날 처음이 아니라고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 근처에서 내가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는 동안 다급하게 화장실을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미리 배차가 되는 카카오 T 블루 특성상) 하마터면 실례를 할 뻔했었다고. "같은 기사 두 번 만나기 쉽지 않은데, 허허." 이어지는 기사님 말씀에 "그러게요"라고 대충 넘겼지만 서비스 직군 종사자를 두 번 만나고 그가 어떤 식으로든 나를 알아보는 일은 분명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9월말 기준 서울의 택시 면허대수는 7만 1,764대다.)


퇴근 후 저녁에는 동네 복권가게에 갔다. 한 3주 만에 갔나. 오천 원 자동이요, 하고 종이를 받는데 "이번에는 당첨돼야지, 로또 산 지 좀 됐잖아" 하고 사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로또를 태어나서 처음 구입하는 사람보다는, 주기적으로는 아니어도 종종 사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이것 또한 굳이 '나'를 기억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수 있겠지만 오전 일의 연장선으로 다가왔다.


김초엽 작가의 신간 '므레모사' 내지에 적힌 사인
"2022년 한 해, 당신의 우주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며 깊은 사랑을 담아"


예상하거나 염두하지 않았던 일이 의외의 방식으로 다시 일어난다면 그것을 우연한 행운 같은 것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여러 일들로 조금은 맥 빠진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묘한 응원 같은 것을 얻었다. 지인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소설 신간의 작가 사인은 사진과 같이 적혀 있었다. 사소한 불확실함에도 가만히 기대는 편이어서, '어디서든 나를 대면하는 이에게 한 번 뿐이어도 좋은 기억을 주도록 노력하자' 정도의 생각을 했다. 오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모르는 이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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