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탑승한 아침. 기사님의 첫마디가 "어 여기서 다시 뵙네요"였다. 네? "저저번 주에 여기서 손님 태웠거든요, 목적지도 같네요." 차량번호와 이용 기록을 보니 정말 그랬다. 일주일 하고도 4일 전. 기사님이 날 처음이 아니라고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 근처에서 내가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는 동안 다급하게 화장실을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미리 배차가 되는 카카오 T 블루 특성상) 하마터면 실례를 할 뻔했었다고. "같은 기사 두 번 만나기 쉽지 않은데, 허허." 이어지는 기사님 말씀에 "그러게요"라고 대충 넘겼지만 서비스 직군 종사자를 두 번 만나고 그가 어떤 식으로든 나를 알아보는 일은 분명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9월말 기준 서울의 택시 면허대수는 7만 1,764대다.)
퇴근 후 저녁에는 동네 복권가게에 갔다. 한 3주 만에 갔나. 오천 원 자동이요, 하고 종이를 받는데 "이번에는 당첨돼야지, 로또 산 지 좀 됐잖아" 하고 사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로또를 태어나서 처음 구입하는 사람보다는, 주기적으로는 아니어도 종종 사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이것 또한 굳이 '나'를 기억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수 있겠지만 오전 일의 연장선으로 다가왔다.
김초엽 작가의 신간 '므레모사' 내지에 적힌 사인
"2022년 한 해, 당신의 우주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며 깊은 사랑을 담아"
예상하거나 염두하지 않았던 일이 의외의 방식으로 다시 일어난다면 그것을 우연한 행운 같은 것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여러 일들로 조금은 맥 빠진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묘한 응원 같은 것을 얻었다. 지인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소설 신간의 작가 사인은 사진과 같이 적혀 있었다. 사소한 불확실함에도 가만히 기대는 편이어서, '어디서든 나를 대면하는 이에게 한 번 뿐이어도 좋은 기억을 주도록 노력하자' 정도의 생각을 했다. 오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모르는 이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 (202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