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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n 13. 2016

하고 싶은(싶었던) 일을 한다는 것

대학생활의 후반 내가 몸과 마음을 담았던 연합동아리의 모토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꿈찾기' 같은 과제를 통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탐색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든지, 자발적으로 행사나 이벤트를 기획해서 실행하는 활동들이 많았다. 몇 년 전에 애청했던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서 '강건우'(김명민)은 '강건우'(장근석)에게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그게 직업이 되면 더이상 즐겁지 않을 수 있다고,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한다. 천재적인 재능과 임하는 것에 대한 즐거운 마음가짐, 확고한 목표 등 많은 것들이 수반되어도 그것은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는 문제다.


나는 지금 그것을 감당하고 있다. 영화 일을 할 거라며 '떠들고' 다녔던 내가 실제로 그걸 하고 있다는 것에 주변 사람들은 신기해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정말 좋아하는 무언가는 순수한 취미로 둔 채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커리어 다운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나이기에, 여전히 새롭게 배우는 것도, 실수하는 것도 많다. 지적도 받는다. 공부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걷는 길이 누군가에게는 대단해보이고 배우고 싶은 것이 될 수 있다는 일은 꽤나 기쁘다.



실제로 그동안 몇 분에게서 영화와 관련된 진로에 대해 상담 아닌 상담을 받았다. 막연히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서부터, 영화 마케터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묻는 꽤나 구체적인 고민도 있었다. 소셜미디어의 메시지를 통해 문답을 주고 받기도 했고, 그 중에서 몇 명은 실제로 만남을 청했다. 내가 먼저 청하기도 했다. 텍스트로 주고 받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광범위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아서였다. 고등학생에서부터 대학교 3학녀 무렵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나에 비해 더 빠른 시기부터 진로를 고민하고 방법을 탐색하는 그들이 오히려 나는 부럽기도 했고, 내가 줄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도움을 주고 싶었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했다.


감내하기 위해서는, 직업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 '일'을 통해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지,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관 내지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지금껏 내게 도움을 청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내게 질문을 해올지도 모르는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었으면 한다.


내가 했던 이야기는 몇 가지로 줄여볼 수 있다. 하나는 가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공부를 하고 이미 그 길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조언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인터넷의 정보가 방대해서 정보를 찾는 것도 능력이라지만, 책과 사람으로부터 직접 얻는 정보를 따라갈 수는 없다. 영화를 예로 들면, 기획과 제작(한국영화), 수입(외국영화)에서부터 투자/배급, 홍보, 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분야가 있다. 각자 어떤 역할을 하고 영화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파악이 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확신이 없어도 부딪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두 가지 답 중 하나를 얻게 된다. 그것이 진정 내 길임을 깨닫게 되거나, 아니면 다른 길을 걸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거나 말이다. 남들보다 조금 빠르고 늦고는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 하나는 편한 일은 없다는 것. 좋아함이나 적성의 정도와 상관 없이 모든 일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고, 보람되는 순간과 답답한 순간과 회의감을 느끼는 순간이 모두 찾아온다. 단지 급여나 업무 환경, 주변의 평판 같은 것만을 보고 커리어의 단추를 끼우는 것은 말리고 싶다. 어차피 그것은 다른 사람의 것이며, 일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모든 것을 판가름 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한다면, 나는 결국 분야에 대한 확고한 주관과 목표, 애정이 나의 길을 걷게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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