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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30. 2022

일상의 학교가 지옥보다 끔찍한 곳이 된다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리뷰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메인 포스터

역사적으로 '좀비'는 항상 폭력이나 전염병 등 사회문화적 화두와 그 흐름을 같이 했다. 국내 미디어에서 흥행성을 인정받기도 전인 2009년부터 연재된 원작에 작중 인물들이 좀비에 대해 전혀 생소하지는 않다는 설정(<부산행>(2016) 등)이 추가됐다. (제작 논의는 이미 7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2022)에게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각종 도구와 맨몸으로 좀비들에 맞서는 모습은 물론 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펼쳐질 수 있는 인물관계와 드라마다.


현장감을 더하는 롱테이크 촬영을 비롯해 드론의 등장과 안면인식 잠금해제 등 프로덕션과 소재 활용 면에서 두드러지는 몇몇 지점들이 있다. 계급에 대한 묘사는 그리 깊이 있게 나아가지 못하지만, 휴대전화 반납과 같이 지역적 특수성을 가진 소재 또한 [지금 우리 학교는]을 서구권의 좀비물과 구분하는 것 중 하나다. 강당, 방송실, 음악실, 도서관과 같이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활용한 여러 액션 신과 탈출 신도 기억할 만하다. 인지도를 거의 고려하지 않은 캐스팅도 유효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12회차의 분량이 (요즘의 넷플릭스 시리즈치고) 짧지만은 않은 데다 다루는 인물의 수도 적지 않아서 각 캐릭터의 분량과 비중 안배에 있어서는 각색 과정의 고민이 헤아려지면서 동시에 아쉬운 면도 있다. 실질 주인공보다는 '남라'(조이현)와 '귀남'(유인수) 등 다른 주, 조연이 더 인상적으로 남는 건 그만큼 '온조'(박지후)와 '청산'(윤찬영)의 캐릭터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못해서일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를 녹여내고자 했던 각본 자체의 난점이지, 배우 연기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또 하나의 관건은 폭력성에 대한 묘사와 재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서사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가에 있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을 중심으로 한 주요 인물들의 갈등 관계 자체는 어느 정도 분량을 할애해 설명되고 있음에도, 폭력성과 좀비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묘사되는 것과 별개로 그 폭력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자체에 대해서는 피상적이다. 그러니 빌런 캐릭터 자체가 주는 섬뜩함만 남고 이는 시청자 모두에게 지지를 얻을 수는 없다.


다만 [지금 우리 학교는]은 12화 결말에서 후속 시즌의 여지를 남긴다. 만약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다면, 남은 이들을 중심으로 가능한 더 많은 스토리텔링이 있겠다. 해외 언론/평단에서는 제법 좋은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것이 단기적인 흥행에 그칠지는 더 두고 봐야겠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https://www.netflix.com/title/8123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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