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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학교가 지옥보다 끔찍한 곳이 된다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리뷰

by 김동진
지금우리학교는_메인포스터.jpg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메인 포스터

역사적으로 '좀비'는 항상 폭력이나 전염병 등 사회문화적 화두와 그 흐름을 같이 했다. 국내 미디어에서 흥행성을 인정받기도 전인 2009년부터 연재된 원작에 작중 인물들이 좀비에 대해 전혀 생소하지는 않다는 설정(<부산행>(2016) 등)이 추가됐다. (제작 논의는 이미 7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2022)에게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각종 도구와 맨몸으로 좀비들에 맞서는 모습은 물론 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펼쳐질 수 있는 인물관계와 드라마다.


현장감을 더하는 롱테이크 촬영을 비롯해 드론의 등장과 안면인식 잠금해제 등 프로덕션과 소재 활용 면에서 두드러지는 몇몇 지점들이 있다. 계급에 대한 묘사는 그리 깊이 있게 나아가지 못하지만, 휴대전화 반납과 같이 지역적 특수성을 가진 소재 또한 [지금 우리 학교는]을 서구권의 좀비물과 구분하는 것 중 하나다. 강당, 방송실, 음악실, 도서관과 같이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활용한 여러 액션 신과 탈출 신도 기억할 만하다. 인지도를 거의 고려하지 않은 캐스팅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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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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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12회차의 분량이 (요즘의 넷플릭스 시리즈치고) 짧지만은 않은 데다 다루는 인물의 수도 적지 않아서 각 캐릭터의 분량과 비중 안배에 있어서는 각색 과정의 고민이 헤아려지면서 동시에 아쉬운 면도 있다. 실질 주인공보다는 '남라'(조이현)와 '귀남'(유인수) 등 다른 주, 조연이 더 인상적으로 남는 건 그만큼 '온조'(박지후)와 '청산'(윤찬영)의 캐릭터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못해서일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를 녹여내고자 했던 각본 자체의 난점이지, 배우 연기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또 하나의 관건은 폭력성에 대한 묘사와 재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서사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가에 있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을 중심으로 한 주요 인물들의 갈등 관계 자체는 어느 정도 분량을 할애해 설명되고 있음에도, 폭력성과 좀비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묘사되는 것과 별개로 그 폭력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자체에 대해서는 피상적이다. 그러니 빌런 캐릭터 자체가 주는 섬뜩함만 남고 이는 시청자 모두에게 지지를 얻을 수는 없다.


다만 [지금 우리 학교는]은 12화 결말에서 후속 시즌의 여지를 남긴다. 만약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다면, 남은 이들을 중심으로 가능한 더 많은 스토리텔링이 있겠다. 해외 언론/평단에서는 제법 좋은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것이 단기적인 흥행에 그칠지는 더 두고 봐야겠다.


still_14.jpg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still_15.jpg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https://www.netflix.com/title/8123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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