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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01. 2022

'하우스 오브 구찌'와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

팝스타에서 진정 배우로 거듭나다

<하우스 오브 구찌>(2021)에서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는 사랑과 탐욕과 집착 사이 어딘가에서 내내 줄타기한다. 실존 인물과 배역의 사이에서도 그는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적이고 양면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줄타기를 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이 이탈리아인을 연기하는 동안, <하우스 오브 구찌>의 인물 관계는 파트리치아를 중심으로 다층적으로 구축된다. 이 이야기에서 파트리치아는 단연 극의 중심에 있고, 여러 상황과 선택지를 두고 그는 리액션보다는 적극적인 액션으로 일관한다. 심지어 마지막까지도, "세뇨르 구찌라고 불러줄래요?"라며, 자신의 말을 통해 주변의 리액션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스타 이즈 본>(2018)에서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앨리 메인'은 작곡을 한다는 점 외에는 대부분 수동적 리액션의 대가다. '잭슨'(브래들리 쿠퍼)을 처음 대면한 상황에서의 표정 변화. 그의 손이 자신의 눈썹과 코에 닿을 때의 떨림. 마트 주차장에서 불렀던 노래를 '잭슨'이 편곡하고 그 무대에 자신을 끌어들였을 때 그 당황스러움 가득한 걸음. 함께 부른 곡 'Shallow'가 유명세를 타고 나아가 자작곡 'Always Remember Us This Way'가 유명 프로듀서의 눈에 들었을 때의 그 어리둥절함과 벅참. 그러니까 '앨리 메인'은 자신의 본래 성인 '캄파나' 대신 스스로를 '메인 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유일한 장면을 제외하면 언제나 직접 상황을 만드는 인물이기보다 만들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인물이다.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컷


팝스타이자 어떤 무대도 소화하는 정상의 퍼포머인 레이디 가가가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 데뷔작에서 스타로 거듭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 그 자체로 유니크한 캐릭터를 남긴 <스타 이즈 본>에 이어, <하우스 오브 구찌>는 연출 장인 리들리 스콧과 다수의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 배우들 가운데 레이디 가가라는 이름이 '배우'로서도 돋보일 수 있음을 능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극장 개봉 10주차를 맞아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미 순 제작비의 두 배 이상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스콧 감독의 <라스트 듀얼>(2012)에 비하면 다섯 배의 흥행인데, 이걸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하우스 오브 구찌>는 레이디 가가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리며 노래하지 않는 그의 연기로도 수긍할 만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보여주었다. 지금 기다리는 것은? '배우' 레이디 가가의 다음 작품이다.


https://brunch.co.kr/@cosmos-j/1375


https://brunch.co.kr/@cosmos-j/353


https://brunch.co.kr/@cosmos-j/446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포스터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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