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일 강의 죽음'(2022) 리뷰
*본 글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내용과 평가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나일 강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래 '개봉 전 프리뷰' 글을 통해서 미리 다룬 바 있습니다. 출연진, 관람 포인트 등의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참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https://brunch.co.kr/@cosmos-j/1373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에 이어 케네스 브래너가 또 한 번 연출과 주연을 맡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원작 영화. <나일 강의 죽음>(2022)이 곧 개봉한다.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놓칠 수 없는 영화인 동시에,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즈음의 시대극의 마니아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을 조금 먼저 관람한 소감과 리뷰를 아래와 같이 적는다.
영화의 프롤로그는 1910년대 벨기에를 배경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젊은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중 현재 시점인 1930년대보다 앞선 과거이기에 그 자체로 원작 소설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캐릭터의 전사(前史)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 특히 '에르큘 포와로'의 상징과도 같은 콧수염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어서 캐릭터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흥미를 주고 포와로를 잘 아는 관객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포인트가 된다. 흑백으로 촬영된 <나일 강의 죽음>의 이 프롤로그는 캐릭터의 외모를 설명하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기능하는 건 물론이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중후반에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로 작용하는 '사랑'이라는 테마에 대해서도 인상적인 암시를 남겼음을 깨닫게 된다.
앞에서 링크한 글에 언급한 바와 같이 <나일 강의 죽음>은 전 세계에 단 4대밖에 없는 것으로 유명한 65mm 필름 카메라로 촬영됐다. <나일 강의 죽음>은 풍광이 중요한 영화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1)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추리 장르에서 시각적인 볼거리는 (화려한 캐스팅과 더불어) 관객의 주의를 얼마간 분산시키기도 하면서,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이국적인 모습이 그 자체로 오락성을 높인다. 2) 디지털이 아닌 필름의 질감이 시대 배경에 어울리는 건 당연하거니와, 명탐정 주인공이 펼치는 추리극에 관객 또한 함께하고 있다는, 일종의 어드벤처로서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영화 제목처럼 <나일 강의 죽음>은 나일 강을 주 무대로 20세기 초 아스완의 모습을 재현한 것은 물론 강변의 호화 호텔, 람세스 2세의 피라미드 등 100여 년 전의 이집트가 주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담아냈다. 감독의 전작이자 포와로가 앞서 활약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의 추리극이었다면 <나일 강의 죽음>은 호화 여객선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낮과 밤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수면 위와 육지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은 건 물론이고 여객선과 호텔 내부, 피라미드 주변과 같이 프로덕션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간 활용이 <나일 강의 죽음>을 단지 두뇌 싸움이 중심인 추리 드라마가 아니라 큰 스케일의 어드벤처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영화의 특장점을 이 정도로 소개했으니 본격적으로 내용 이야길 해볼까. 부유한 상속녀 '리넷 리지웨이'(갤 가돗)의 결혼을 축하하는 신혼여행이자 여객선을 통째로 대관한 선상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리넷'의 재산 관리인 '앤드류'(알리 파잘),
'리넷'의 대모 '마리'(제니퍼 손더스),
'마리'의 개인 간호사인 '바워스'(던 프렌치),
의사이자 '리넷'의 전 애인인 '윈들샴'(러셀 브랜드),
'리넷'의 남편 '사이먼'의 전 애인 '재클린'(에마 매키),
'리넷'의 하녀인 '루이즈'(로즈 레슬리),
유명 가수 '살로메 오터본'(소피 오코네도),
'살로메'의 매니저이자 조카인 '로잘리'(레티티아 라이트),
'포와로'의 친구이자 조수인 '부크'(톰 베이트먼),
'부크'의 어머니이자 화가인 '유피미아'(아네트 베닝)
등 '리넷'과 직, 간접적으로 친분이나 관련 있는 이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포와로' 또한 영화의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몇 차례 '리넷'과 마주친 적이 있는 것은 물론, 모종의 이유로 '리넷' 부부로부터 여객선에 함께 승선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니까 <나일 강의 죽음>의 인물 구성은 영리하다. 누구든지 범인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 앙금이 있거나, 연적이거나, 돈 문제가 얽혀 있거나 하는 등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이들만이 배에 승선한다.
<나일 강의 죽음>의 '에르큘 포와로'는 마치 눈 감고도 (코난에 의해 졸면서) 모든 걸 꿰뚫는 '명탐정 코난' 속 유명한 탐정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하는 인물이 아니다. 영화 속 범죄에는 사랑이라는 테마가 중요하게 개입되는데, '포와로'는 사랑에 대한 자기 경험을 토대로 용의자들의 감정에 대해 추리하기도 하고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영화 속 일련의 사건들의 주변인으로서 직접 발로 뛰며 스카프, 권총 등 단서들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관계된 자들을 한 명 한 명 직접 심문하고 그들의 알리바이를 파헤치며,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요컨대 그는 천재적인 두뇌와 예리한 판단력을 앞세워 모든 걸 일거에 해결하는 초월적인 인물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생생히 호흡하는 관찰자이자 안내자로서 움직이는 주인공이다.
셰익스피어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케네스 브래너는 잘 알려진 고전 '덕후'이자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렬한 팬이다. <나일 강의 죽음>을 보고 나면 이 영화의 연출로 누구보다 케네스 브래너가 어울릴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에 수긍하게 되는데, 연출과 주연 모두를 훌륭하게 소화한 그의 스크린 안팎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관객들은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벨기에 출신으로 이라크, 이집트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자신의 이름을 명탐정으로 세계에 알린 '에르큘 포와로'를 중심으로, <나일 강의 죽음>은 갤 가돗, 아네트 베닝, 톰 베이트먼, 로즈 레슬리, 레티티아 라이트 등 전 세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활약 속에 2020년대에도 20세기의 추리극이 여전히 통한다는 걸 증명해낸다. 그건 긴장의 끈을 마지막까지 내려놓기 어려운 서스펜스를 구축해낸 연출과 각색, 호화 여객선 '카르낙 호'로 관객들을 인도하는 실감 나는 프로덕션과 시각 효과, 더불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에 이르기까지. 영화 전체의 각 요소들이 조응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내게 이 영화는 마치, 우리가 여전히 극장에서 신작 영화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2월 9일 국내 개봉,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상기 링크를 통해서 디즈니+를 구독하시면, 작성자에게 소정의 수수료가 지급됩니다.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을 2월 3일(목) 저녁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프라이빗 시사회'를 통해 관람했다. 영화사의 초청으로 현장에 다녀왔다. 극장 7층 라메종 라운지에서 웰컴 드링크와 함께 평일 저녁 일과 후의 잠시나마 주어진 휴식 시간을 보냈고, 골드클래스 상영관의 안락한 환경 속에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영화가 호화 여객선을 무대로 펼쳐지는 추리극을 다룬 만큼, 시사회 또한 고급스러운 관람 환경을 선사한다는 일종의 콘셉트로 꾸며졌음을 느꼈다.
더불어, 영화 오리지널 굿즈로 제공받은 북마크 또한 책을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니며 집에서든 밖에서든 읽는 내게 실용적인 물건인 동시에 그 퀄리티에 있어서도 (그간 폭스, 디즈니, 워너 등 여러 직배사 영화 굿즈들을 제법 접해온 내 기준에서도) 훌륭하게 느껴졌다.
*본 글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내용과 평가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bit.ly/cosmos__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