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s this love? I can't see it, I can't touch it. I can't feel it. I can hear it. I can hear some words, but I can't do anything with your easy words.”
- Alice
얼핏 로맨스인 척 마음과 마음 사이의 어긋남과 진실과 사실 사이에서의 물음을 야기하는 <라빠르망>(1996)와 <클로저>(2004)를 최근 연이어 봤다. <라빠르망>에서 알리스, 막스, 리자, 루시엔이 서로 얽히고설키듯 <클로저>에서도 앨리스, 댄, 안나, 래리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특정한 인물의 시점에서 서사의 입장을 헤아리게 만들기보다 작가적 시점에서 네 사람을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만든다.
<클로저>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사랑은 서로에게 흡수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영화 속 어떤 이는 ‘사랑하기 때문에’라며 현재 시점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과거의 한 사실에 골몰하고 그 과정에서 사랑을 이유로 상처를 준다. 또 어떤 이는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 속에서 진정으로 흔들리며 마지막까지 일렁이기도 한다.
삶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들은 분명 한 번 겪어내고 난 뒤 그다음을 더 현명하고 성숙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세상에는 있는 것 같다. 부러진 굽을 수선 했으나 사이즈가 맞지 않게 되는 구두처럼, 뒷모습에 이끌려 따라나선 어떤 여정에서 짐작과는 다른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 것처럼, <클로저>의 후일담 그리고 <라빠르망>에서의 어떤 두 사람의 눈빛은 과연 무엇이 진실이었고 어떤 마음이 사랑이었나 하고 쌉싸름한 감상을 남긴다. 이 두 편의 ‘대중적인’ 드라마를 잘 만든 서사라 칭할 수 있을지는 모호하다. 그렇지만 한쪽은 모든 것의 시작과도 같은 명대사를 도입에 남겼고 또 다른 한쪽은 이제는 재현될 수 없는 유일한 순간을 남기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는 이상한 방식으로 오래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