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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17. 2016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숙한 우리의 동화

<토이 스토리 3>(2010), 리 언크리치

두 편의 전작에 이어 <토이 스토리 3>는 '장난감의 이중생활'처럼 동심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들을 현실로 불러온 애니메이션이자 언제나 자신이 주인과 함께일 거라 믿었던 장난감들의 가슴 뭉클한 성장기이다. 쉽게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홈 비디오처럼 상기하며 박재해 낸 성인들의 드라마이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가르침과도 같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원래 <토이 스토리 3>는 2005년 경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전편과의 11년이라는 간격이 시리즈를 따라온 관객들이 자라온 시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연출자가 바뀌었음에도 전작들이 가져온 섬세한 유머와 기발한 모험, 진실된 감동을 조금도 잃지 않고 계승해낸다. 비록 1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전해졌던 경이로움을 뛰어넘기는 어려우나 두 편의 완성도 높은 전작이 있음에도 의외성과 기발함을 여전히 발휘할 줄 아는 기획까지 더해져 <토이 스토리 3>로 완성된 세 편의 '토이 스토리'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역사를 통틀어서는 물론, 실사영화를 포함하여도 다시 보기 힘들 뛰어난 완결성과 일관된 주제의식을 이어간 3부작이 되었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역사를 바꾼 이후 그 자체로 명작 애니메이션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으나, 특히 <토이 스토리 3>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기술 때문이 아니라 진실하고 탄탄한 기획과 각본(기술력과 별개로 가능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이 빼어나지만 '앤디'가 '보니'에게 장난감들을 소개해주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토이 스토리 3>는 다시 <토이 스토리>(1995)의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엔드 크레디싱 올라가기 직전, 구름들이 피어오른 파란 하늘. 이는 곧 '앤디'의 방의 벽지와 일치한다. 그렇게 1995년부터 1999년, 2010년까지 이어진 세 편의 장난감 이야기는 드디어 서로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가 되고, 관객들의 서랍 속, 혹은 상자 한 켠에 먼지 쌓인 채 잠들어 있던, 살면서 다시 없을지 모르는 유년의 기억을 생생하게 불러낸다. 그리고 그 때와 같을 수는 없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 사라지지 않고 함께일 거라 말한다. '보 핍'을 찾아나서는 2018년 <토이 스토리 4>를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영화는 언젠가는 반드시 끝난다는 것을 일깨우는 동시에, 우리는 그럼에도 경험을 추억하며 다시 극장을 찾는다는 점을 상기해주는 작품이다. (★ 10/10점.)





<토이 스토리 3(Toy Story 3, 2010)>, 리 언크리치

2010년 8월 5일 (국내) 개봉, 102분, 전체 관람가.


(목소리)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조안 쿠삭, 네드 비티, 돈 리클스, 마이클 키튼, 월리스 숀, 존 라첸버거, 에스텔 해리스, 존 모리스, 조디 벤슨, 에밀리 한, 로리 멧칼프, 블레이크 클락, 테디 뉴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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