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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06. 2016

역사라는 소재를 빼면 결국 남는 것은 공허한 기획 뿐

<인천상륙작전>(2016), 이재한

리암 니슨이라는 내세우기 좋은 배우에 적당히 엮어내도 관객을 끌어들이기 좋은 역사적 소재에 힘입어 <인천상륙작전>은 어쨌든 제작비 회수에는 성공하는 모양새다. 다만 정말로 역사의 주인공을 생각하는 '영화'라고 하기에, <인천상륙작전>에는 이야기를 이끄는 최소한의 중심 축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있기는 있다. 모두가 유엔군 최고사령관의 이름으로 기억하는 작전에 숨은 공신들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이는 <인천상륙작전> 뿐 아니라 그 어떤 역사에도 존재하는 테마인 것은 물론, 그 소재 자체를 제외하면 개별 영화로서 독자적인 당위성을 갖지도 못한다.


한결같이 돌출되는 음악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고조시키기보다는 억지로 관객에게 계산된 감정을 강요하고, 요란하고 과도한 자막과 인포그래픽은 관객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가정한 것처럼 정보로 넘쳐난다. 전시와 나열에 불과한 편집에 전쟁물로서의 액션은 안일하고 첩보물로서는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화룡점정은, 애쓴 배우들의 연기마저 잠식해버리는 참담한 각본과 연출에 있다.



'장학수'(이정재)의 과거를 잠시 전하고 '맥아더'(리암 니슨)의 문어적인 대사들을 (분량을 위해) 쏟아내다가 '림계진'(이범수)의 단선적인 캐릭터를 접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스스로 알아서 비장해져 있고, 전하지 못하는 의미를 강제하기에 이른다. 이정재는 배우들 중 유일하게 빛을 발하지만 '장학수'는 극 전체를 이끌 힘은 얻지 못한다. '한채선'(진세연)의 캐릭터는 영화에서 통째로 들어내도 작품 전개에 지장이 없다. (실상은, '맥아더' 역시 관객을 위한 전시용이지 영화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여타의 조연들은 편의적인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 전장에서 죽어가는 대원들을 보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이 생기기는 커녕, 심드렁하게 방관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 모든 난국은 극 중 '맥아더'가 해군 대위인 '장학수'를 'Captain'(해군 대령)이라 칭하는 것 등 기본적인 것들에서 이미 예견된 것인지 모른다. 근래 개봉한 <부산행>이 특출나게 뛰어난 작품은 아닐지라도 본분에는 아주 충실했다면, <인천상륙작전>은 컷과 신의 연결과 구성에 있어서조차 불협화음이 두드러진다. 결국 소재를 빼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 여름 성수기를 노리고 관객들에게 적당히 그럴싸한 작품으로 포지셔닝 되기를 꾀한 '기획 상품'에 불과하다. 이야기를 전하는 극영화라기보다 최소한의 일관된 톤 앤 매너 없이 무언가 대단한 것을 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속 빈 외침과 요란한 포장으로 가득한 선전물에 훨씬 더 가깝다. 그 선전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강렬히 위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싶은 것이다. 그 태도에 있어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다. 다른 의미로 굉장히 놀라운 영화다. (★ 2/10점.)




<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 2016)>, 이재한

2016년 7월 27일 개봉, 110분, 12세 관람가.


출연: 이정재, 이범수, 진세연, 리암 니슨, 정준호, 박철민, 김병옥, 김희진, 길금성, 존 그리스, 김선아, 김영애, 박성웅, 추성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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