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rejection, every disappointment has led you to this moment. Don't let anything distract you from it."
언젠가 당신은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들 하나하나가 자신을 원치 않는 곳으로 이끌었다며 각각의 것들이 저마다 잘못되었다며 탄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발걸음. 망쳤을지도 모른다고 여겼을 그 움직임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에서 "모든 거절과 실망들이 당신을 지금 여기로 이끌었다"라는 말이 중요한 이유는 '에블린'(양자경)이 다른 세계 속 수많은 '에블린'들과 달리 많은 것들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통념과 계량화에 의한 실패였다 할지라도, 에블린은 자신이 해내지 못한 어떤 것들을 계속해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들로 인해 그는 "그 모든 것들을 해낼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라는 말 덕분에. 이 말은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평범한 발화일지도 모르지만,
수많은 세계 속 모든 '당신'들을 경험하고 난 뒤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다. '에블린'의 모든 언행들이 오직 딸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일상을 전부 지켜내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삶이 다녀간 수많은 선택지들 속에서 당신은 오직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것이 단지 몇 겹의 영수증 뭉치와 숫자와 층위로 설명될 수 있을까? 수많은 하지 못한 것들은 앞으로 할 수 있을 것들이 된다. 실패의 누적이, 그다음이 실패가 아닐 확률을 점차 100퍼센트에 수렴하게 만들 테니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속 세계의 규칙을 따른다면, 또 다른 우주 속으로 가기 위해서는 신발의 좌우를 바꿔 신거나 립밤을 입 안에 넣거나 하는, 핍진하지 않은 일들을 해내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행하는 일은 다른 세계로부터 터득한 초월적 물리력이나 지각 능력이 아니라 오직 이 세계에서 당신에게 소중한 이를 온 힘을 다해 사랑한다는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일 뿐이다. ('엄마와 딸' 이야기로 한정하자면 "What if this is the best version?" 일찍이 영화 <레이디 버드>(2017)에서도 "만약 이게 내 최선이라면?"이라 반문하는 이가 있었다.) 이 사랑은 최선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마음이 아니다. 엉망진창이라 해도 이 세계가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지켜낼 가치가 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나 또한 알고 있고, 우리는 하나의 세계를 모든 마음을 다해 맞이하고 끌어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이 겪은 그동안의 많은 거절과 실망은 모두 날 향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나 또한 그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직접 경험해본 적 없는 세계를, 우리는 이야기의 형태를 통해 공유한다. 이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지? 알 길 없는 그들을 헤매는 잠시 동안에도 나는, 우리는 알고 있다. 몇 겹이나 펼쳐져 있었을지 모를 그 초록색 버튼들이 오직 지금 여기를 지시하고 있었을 뿐이고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가만히 응답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다정함만이 세계를 구하지는 못할 테지만 거기 굳건한 믿음이라든지 투지라든지 집념 같은 것이 깃든다면 한 세계는 능히 지켜질 수 있겠다고. 당신을 사랑하는 한, 이것은 개연하고, 핍진하고, 나아가 필연적인 일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국내 메인 포스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