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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13. 2022

상실을 딛고 세계를 지속할 새 '블랙 팬서'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 리뷰

"In my culture, death is not the end."

-티찰라,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


작품에 출연 중인 배우가 사망했을 때 스토리텔러를 비롯한 제작진의 난관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그 결과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이 그랬던 것처럼 배역을 어디론가 떠나보내는 것으로 맺기도 하고, 혹은 NBC 드라마 [블랙리스트](2013~, S8, E6)에서 그리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에서 택한 것과 같이 작중에서도 배역을 사망한 것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볼 다수의 관객은 이미 채드윅 보스만이 2년 전 세상을 떠났음을 알거나, 몰랐더라도 최소한 오프닝이나 마블 스튜디오 엠블렘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작중 세계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일이 아니라 예고 없이 닥쳐온 일이 되고, 슈리에게도 오코예에게도 라몬다에게도 티찰라를 떠나보낼 각자의 시간은 필요해야만 한다. '블랙 팬서'가 국가 와칸다의 상징적 존재인 이상 영화의 부제가 '와칸다 포에버'가 된 것도 그렇다면 필연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컷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컷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계속 나아갈 길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는 라이언 쿠글러(각본/연출)의 말도 당대의 와칸다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161분 중 거의 절반은 이것에 할애되어 있고 나머지는 이야기가 '계속 나아갈 길'을 찾는 데에 쓰인다. 이 이야기의 방향은 마땅하고 적합해 보인다.


그렇다면 나머지 관건은 탈로칸 왕국의 존재/역할이나 새롭게 등장하는 어떤 캐릭터의 활용에 달려 있을 텐데, 전체적으로 크게 이질감 없이 페이즈 4를 마무리하고 앞으로 펼쳐질 세계의 모양을 가늠해볼 수 있을 좋은 속편이라는 게 극장을 나서면서의 소감이었다. 특히 전편과 마찬가지로 루드비히 고란손이 작곡한 스코어와 리한나 등의 삽입곡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채드윅 보스만을 향한 최상의 트리뷰트로 만드는데 공헌한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누리는 시간은 그것이 아무리 짧아도 영원에 이르는 시간"(황현산)이라고 하는데, 영화 초반 한 사람의 죽음이 그 자체로 영영 끝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는 취지의 대화가 있다. 한 배우의 발자취와 존재감이 이렇게 크게 남는다. 후대의 블랙 팬서와 히어로 서사도 좋은 스토리텔러들에 의해 지속되겠지만, 이전과는 영영 다를 것이다.


https://disneyplus.bn5x.net/c/3479289/1182069/9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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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국내 메인 포스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2022), 라이언 쿠글러 감독

2022년 11월 9일 (국내) 개봉, 161분, 12세 이상 관람가.


출연: 레티티아 라이트, 다나이 구리라, 루피타 뇽오, 안젤라 바셋,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 윈스턴 듀크, 마틴 프리먼, 도미니크 손 등.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컷



https://brunch.co.kr/@cosmos-j/1102


김동진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외 활동 아카이브: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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