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격조와 품위를 갖춘 '파인 다이닝'과 어디서나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값싼 '치즈버거' 사이의 우열을 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순간을 즐기고 요리의 감각을 음미하는 대신 식재료 지식이나 정치, 평판 등을 앞세우느라 가치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행태 혹은 세태 자체를 꼬집는 풍자극이자 스릴러에 가깝겠다. ⠀ 영화 <더 메뉴>(2022)의 많은 요소들은 공간적 배경을 외부와 사실상 차단된 섬으로 설정한 것에서부터 가능한데, 공간만이 아니라 인물의 범주에 제약을 두는 측면에서도 이 기획은 잘 만들어졌다. (애덤 맥케이와 윌 페렐이 제작자(produced by)로 이름을 올릴 만한 기획으로 손색없다) 특히 얼핏 별 다른 특징 없어 보이는 인물들에게서 점차 드러나는 과거사와 그로부터 빚어지는 크고 작은 반전 등은 점차 층위를 높여갈수록 반전을 위한 반전 내지는 그저 결말로 향하기 위한 편의적인 전개가 되기 쉬운데 <더 메뉴>는 그것들을 대부분 피해 간다. ⠀ 특히 일정한 주기로 박수를 치는 '셰프'의 행동이나 손님들을 대하는 직원들의 표정과 말투 등은 거의 아리 에스터나 조던 필 영화 속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들 만큼, <더 메뉴>는 스릴러의 본연에 '매 순간' 소홀하지 않다.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한 사회적 코멘터리로서 '매 순간'을 기능하면서도, 이 영화의 메뉴는 잘 설계된 코스의 외양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포장하려 하기보다는 관객이 그것으로 입을 닦거나 혹은 구겨버리더라도 개의치 않는 듯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는지. 107분의 짧은 상영시간 속 랄프 파인즈, 안야 테일러 조이 등 출연진의 팽팽한 연기도 <더 메뉴>를 더 즐기게 하는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