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강의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인트로, 그리고 완강 축하 영상에 해당하는 아웃트로를 포함해 CLASS101+[내 취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 리뷰 쓰기]의 일곱 개의 챕터에 걸친 전체 강의 영상 분량은 5시간 0분 50초다. 모든 사람과 경우와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대원칙으로서의 '글을 잘 쓰는 방법'이란 과연 있을까? 우리가 오직 생각해야 할 것은 '글을 쓰는 이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발견해 내거나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이미 지치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기록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일'보다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했고 지난 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기획부터 촬영, 편집, 그리고 공개 단계에 이르기까지 클래스101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준비한 화두도 그것이다. 단번에 글을 잘 쓸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반드시 의심하거나 경계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막연히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불특정 다수의 클래스메이트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순서대로 커리큘럼을 따라오며 코멘트를 남기거나 질문을 해오고 있다. 내가 할 일은 그것들 하나하나에 응답하고 더 생각하는 일이다. 온라인 강의 하나를 론칭했다고 해서 삶에 대단한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콘텐츠로서의 글쓰기 강의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동안 있었던 많은 고민과 결정과 실행의 순간들이 훗날 돌아볼 때 삶에서 반드시 거쳐야만 했을지도 모를 중요한 의미로 자리할 것이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글을 통해 일어나는 쓴 사람과 읽는 사람 간의 내밀한 대화가 반드시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영상 콘텐츠의 형태로 준비하는 강의도 결국은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의 존재를 통해서 조금 더 의미 있는 것이 된다. 김소연 시인은 "한 세계와 또 한 세계의 문지방 위에서, 기대에 대한 희망과 절망의 교차점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가장 농밀하게 흔들리는 시간을 산다"라고 썼다. (『시옷의 세계』, 마음산책, 2012) 이 기록을 남기는 순간부터 또 다른 이름 모를 클래스메이트가 어떤 영상 하나를 시청하기까지의 그 끝 모를 '사이'의 시간들이 아직 오지 않은 나날들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건 지나간 기록들이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2022년 11월(~12월 초)에 촬영한 클래스가 12월 중 편집을 거쳐 이듬해 1월이 되어 클래스메이트를 맞이하는 일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다. 내게는 지난 시간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현재가 되고 그것이 쌓여 또 어떤 이의 미래가 되는 일이, 내 작은 일상의 기록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내 인스타그램에는 3,217개의 게시물이, 브런치에는 1,256개의 글이, 에버노트에는 5,653개의 노트가 있다. 내가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써내려 왔던 10년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기록하기의 루틴을 시작하게 해주는 일. 그런 일이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찾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챕터 6, 챕터 7 영상이 추가 공개되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 여기까지 쓰였다. 이제 당신의 글을 만나고 싶다. (2023.01.17.)
[내 취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 리뷰 쓰기]의 챕터 6, 챕터 7 영상이 어제 추가로 공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