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2023) 리뷰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2023)을 연출하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마이코, 게이코의 특정한 면(가령 전통의 계승이라든지)에 대해서만 포장하거나 혹은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녔을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는 다년간의 취재 후 원작에서 여러 설정을 추가하거나 변화시키기도 했다) 아마도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교토의 마이코 세계가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변화하고 있거나 혹은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4화 '소원'에서 스미레의 아버지가 찾아오는 에피소드 등에서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이 마이코에 대한 인식 내지는 실상을 외면하기는커녕 오히려 직접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과거 [미스터 션샤인](2018) 관련 글 등에서 몇 번 언급하기도 했지만, '특정한 작품이 무작정 어떤 현실을 미화하거나 왜곡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질 때 중요한 건 특정한 소재나 설정이 작품에 등장했는지 자체가 아니다.)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는 것처럼,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서 더 중요한 것은 키요가 요리에 대한 재능과 흥미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 스미레가 무용 실력과 재능을 인정받는 과정, 그리고 아오모리에서 교토에 함께 온 두 사람의 우정 자체다. 키요와 스미레를 주인공으로 하되 작중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건 주어진 환경과 타인으로부터의 영향 속에서 재능을 어떻게 발견하거나 키워나갈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예를 들면 츠루코마는 스미레가 날마다 새벽에 안무 연습을 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자신이 마이코가 되기 적합한지의 기로에 서고, 스미레의 아버지는 그에 앞서 스미레에게 "억지로 최고가 되기 위해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도 이야기 한다. 나아가 원작에 없는 요시노와 같은 캐릭터를 통해 '전통예술을 계승한 직업인'으로서의 마이코가 성인이 된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도 남긴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속 풍경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진 건 최근 교토 기온시조에 다녀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직접 거닐어 본 세계의 일부를 친애하는 연출자의 시선에서 만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올여름 개봉할 영화 <괴물>을 비롯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와 TV시리즈가 앞으로 펼쳐낼 세계의 모습도 고대하게 된다. 작품은 언제나 현실 세계를 온전히, 혹은 있는 그대로, 혹은 모든 면에서 다 보여주지는 못하고 다만 일부를 투영하거나 간접적으로 부분을 경험시킬 따름이다. 우리가 다만 할 수 있는 건 보다 넓고 보다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나를 둘러싼 바깥을 열어두고 풍부한 시선으로 만나는 일일 것이다. 아직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이 다음 시즌으로 찾아올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충분히 그 다음을 만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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