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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Oct 01. 2023

12년차 교사의 (적당히) 솔직한 에세이

안화용, '적당히 솔직해진다는 것'

"(...) 20대의 나는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평범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게 꼭 내가 못난 탓 같았다. 애써 괜찮은 척하다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얼어버렸다. 참 놀리기 쉬운 사람이었다. 앞으로 올 무례함에 의연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답을 연습하는 날들을 지났다. 어느새 경력 12년차 교사이자 30대 중반이다. 이제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여유롭게 대답할 수 있다. 정말 답 없는 물음에는 경멸을 담은 눈빛에 옅은 미소를 섞어서 가만히 바라만 보기도 한다. (...)"

-안화용, 『적당히 솔직해진다는 것』, 로다, 2023, 13쪽 '프롤로그'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밖으로 말하거나 쓰는 이들이 모두 그것을 드러내는 일에 거리낌 없거나 거침없지는 않다. 오히려 기록을 한다는 건 일상의 안팎에서 무엇을 쓸지와 쓰지 않을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며 거기에는 더 많고 깊은 조심과 신중이 뒤따른다. 누구에게나 있었을지 모를, 그러나 자신만의 경험인 것들. 쓰지 않고 그냥 지나쳐 왔을 날들을 가만히 되돌아 혹은 뒤돌아 보게 되는 날들이 안화용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성북구의 서점 '부비프'에서 열리는 '부비프글방'에서 그는 '잃어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이야기'라든지 '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의 월요병 극복법'이라든지, 아니면 '이별 라디오', '내일이 있어서 다행인 오늘' 같은 이야기들을 썼다. 쓰는 일에는 시간만 드는 게 아니라 노력도 들어간다. 모두가 쓰는 건 아니지만, 노력을 아는 사람은 쓸 수 있다. 그것이 곧 재능이 된다. 노래하듯 시를 쓰듯 『적당히 솔직해진다는 것』은 좋은 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재치, 유머, 그리고 성실함이나 어떤 경우에는 파토스 같은 것을 두루 가지고 있다. 세심하게 신경 쓴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의 문장들과 부록으로 들어간 플레이리스트 등에 이르기까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고유한 이야기를 만났다.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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