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 베어스'(2022) 리뷰
"영화는 아주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관객들에게 풍부한 감정을 심어줄 수도 있고 그들이 조금 덜 외롭다고 느끼게 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힘은 또한 파괴적인 방식으로 쓰일 수도 있고, 현상 유지(status quo)에 대한 도전의 방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진실을 자파르 파나히만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Lisa Laman, Collider
"곰이 있다면서요?"
"우리를 겁 주려고 꾸며낸 얘기죠."
"꽉 막힌 세계 속에서 오갈 데 없이 헤매는 기행의 비판 받는 자아들처럼. 그렇게 서서, 혹은 버드나무 몇 그루 아래를 걸어갔다가 되돌아오며 기행은 누군가의 명백한 악의마저도 자기 운명의 일부로 여겨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시를 쓰는 일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137쪽)
"거기서 불타는 한 권 한 권은 저마다 하나의 세계였다. 당연히 서로의 주장은 엇갈리고, 지향점은 다르고, 문체는 제각각이다. 그렇게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현실은 그 무수한 세계가 결합된 곳이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세계가 있고, 또 추악한 세계가 있다. 협잡이 판치는 세계가 있고, 단아하고 성실한 세계가 있다. 어떤 세계는 지옥에, 또 어떤 세계는 천국에 가깝다. 이 모든 세계가 모여 다채롭고도 영롱하게 반짝이는 빛을 발하면 그것이 바로 완전한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 한 권이 불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현실 전체가 몰락하는 것이다." (190쪽)
"병도는 굳은 표정으로 "내가 붓을 가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그는 그 붓으로 세상의 권력에 맞설 수 있다고 믿었고, 그때는 기행도 그 말에 동의했다. 자신들이 언어를 쓴다고만 생각했지, 자신들 역시 언어에 의해 쓰이는 운명이라는 것을 모를 때의 일이었다. 편지는 '그렇기에 함흥에 갔을 때 자네가 밤에 상허를 찾아간 일이며 벨라의 편지를 통해 자네가 몰래 소련으로 시를 써서 보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모른 척했으며, 자네가 벨라에게 준 노트도 모스크바의 대사관에서 회수해 내가 없애버린 것이고...'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쯤에서 기행은 더이상 병도의 편지를 읽을 마음이 나지 않았다. 대신, 그 밤 상허에게 들은 말들과 항공우편 봉투 속에 넣어 벨라에게 보내던 시들을 생각했다. 결국 아무런 구원이 되지 못한, 그 연약하고 순수한 말들을." (235쪽)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문학동네, 2020
"Two parallel love stories in which the partners are thwarted by hidden, inevitable obstacles, the force of superstition, and the mechanics of p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