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확장성이 낮은 (꼭 확장성과 접근성이 높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팬 서비스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에스파: 월드투어 인 시네마>(2024)는 '공연 실황'으로서는 그리 잘 기획된 영상물로 다가오지 않는다. 수시로 삽입되는 별도로 촬영된 인터뷰나 백스테이지 현장은 오히려 실황으로서의 몰입을 저해한다. 게다가 비교적 멀지 않은 시기에 개봉했던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일부 장면이 거의 중복으로 쓰이기도 하며 인터뷰의 내용도 형식도 거의 차별점이 없다. 극장 경험을 고려한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활용했다고 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영상의 화질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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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실황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자체로 생각하더라도 앞선 '마이 퍼스트 페이지'는 물론이고 '월드투어 인 시네마' 또한 더 발전될 여지가 많이 보인다. 내게는 다분히 넷플릭스 작품(<레이디 가가: 155cm의 도발>(2017), <미스 아메리카나>(2020) 등)이나 극장 개봉 후 최근 디즈니플러스로 공개된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2023)의 경우가 레퍼런스로 거론될 수밖에 없지만, '에라스 투어'는 최소한의 편집과 특수효과를 제외하면 오직 실황으로서 충실하고 '미스 아메리카나'는 아티스트의 무대 안팎과 일상을 조명하는 역할에 뛰어나다. 팝 시장의 차이와 미디어 제작 및 소비 환경의 차이 등을 감안하더라도, 여러 뛰어난 실황 작품들이 불가피하게도 비교 대상이 된다. (2024.04.13.)
영화 '에스파: 월드투어 인 시네마' 포스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2024)는 충실한 극장용 다큐멘터리이기보다는 앨범 등에 서플먼트로 수록될 만한 코멘터리에 가까운 영화다. 아티스트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의 여러 모범례에 미칠 만한 작품은 되지 못하지만 어디까지나 팬 무비로서 어느 정도의 역할은 하는데, 크게 데뷔 후부터 미국 쇼케이스 시점까지를 다루는 전반부 그리고 SMTOWN 무대부터 첫 단독 콘서트 개최까지를 다루는 후반부로 구분된다. 다만 워너레코드와의 계약 등 일부 장면은 사족처럼 여겨지고 특정 무대 장면과 그 준비과정과 후일담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지는 구성은 비교적 단조롭기도 하다. 유튜브 등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이른바 교차편집 역시 각 솔로무대 등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반복된다. 그럼에도 특수한 시기에 데뷔한 에스파가 글로벌 무대에 안착하기까지 연대기 중심의 나열보다는 각 멤버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두기 위한 시도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이고, 앞으로 쓰일 페이지에 대해서는 더 잘 기획된 실황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20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