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 2'(2024) 리뷰
라일리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감정'들도 자란다. 그것들을 타워에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건 일찍이 전작 <인사이드 아웃>(2015)에 등장했던 감정 컨트롤 타워 속 다섯 감정(Joy/Sadness/Anger/Disgust/Fear)들과 라일리의 유년의 세계에서 그 세부를 자세하게 경험했지만 <인사이드 아웃 2>(2024)에서는 새로운 감정들(Anxiety/Envy/Ennui/Embarrassment/Nostalgia)과 함께 그것을 한 번 더 관객에게 경험시킨다.
*<인사이드 아웃>의 다섯 감정: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으로 번역)
*<인사이드 아웃 2>의 다섯 감정: 불안, 부럽, 따분, 당황, 추억으로 번역)
뛰어난 착상을 훌륭하게 구현한 전편을 속편이 그 자체로 넘어서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인사이드 아웃 2>는 전작의 각본을 계승하면서도 '의식의 흐름'이나 '신념' 등과 같이 하나의 단어로 단순화되기 어려운 감정 너머의 추상적인 관념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해 낸다. 여기에는 살면서 기쁜 일만 있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나 불안이 무조건 부정적인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개입된다.
한편으로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상술한 감정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라일리의 '좋은 사람'이라는 신념을 지키려 했던 이들은 감정과 마찬가지로 신념 또한 특정한 경험이나 기억으로 주입되는 게 아니라 모든 일상이 모여 만들어내는 삶의 총체임을 (자신들이 누르는 버튼들에 의한 라일리의 행동을 보며, 그리고 본부 안팎에서 스스로 겪는 일들을 통해) 깨닫는다.
'나'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특정한 것을 떼어낼 수 없는 채로 그 자체로 곧 '나'를 지탱한다는 이야기를 말하거나 쓰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몰라도, 보여주는 건 애니메이션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비록 픽사에도 오리지널 기획보다 속편이 늘어나기는 했음에도 <인사이드 아웃 2>는 여전히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 영역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속편으로 보인다.
마치 <토이 스토리 4>(2019)에서 보 핍이 스스로의 삶을 찾아 여정을 시작했듯 1편의 주인공 감정들도 사춘기를 맞아 새로 등장한 감정들에 자리를 내어주는 흐름을 짐작했지만 <인사이드 아웃 2>가 결국에는 사소한 경험이나 잊힌 기억들까지도 보듬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말 그대로, 감정들까지도 시각적으로 끌어안는 작품이었다고 해야겠지. '랜스 슬래시블레이드'나 '파우치' 같은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도 재치 있었고, 큰 도전을 앞둔 잠 못 드는 새벽의 불안을 기분 좋은 상상으로 '깨부수는' 1984년 애플 매킨토시 광고의 이스터에그 같은 장면도 그 자체로 픽사의 아이덴티티를 체화한 듯한 착상으로 보인다. (2024.06.23.)
(6월 12일 국내 개봉, 96분, 전체 관람가.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https://disneyplus.bn5x.net/4P93Y1
*디즈니플러스(Disney Plus) 구독 스폰서 링크
불안은 불안을 이해했을까
그 속에 오래 있으면
때때로 고요에 닿는다는 걸
그건 허공이니까
두드리면 북소리 나는 공명통이니까
불안으로 불안을 넘기도 하는 것처럼
꽃은 그것을 알아보았고 그것은 꽃을 도왔으니
수많은 당신이 불안이었던 걸
이제 말해도 될까
흔들리면서
일어나면서
불안도 꽃인 것을
-이규리, 「불안도 꽃」,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서 (문학동네, 2014)
영화 <인사이드 아웃>(2015) 리뷰:
https://brunch.co.kr/@cosmos-j/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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