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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이름의 섬세한 복잡성을 담은 드라마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2025) 리뷰

by 김동진

비록 1979년에 나온 동명의 TV 드라마가 있고 그걸 리메이크 한 작품이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2025)은 과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각본이 맞다는 듯이 끄덕여지는 순간들로 일곱 에피소드가 가득 차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좁혀질 수는 없는 세대와 거리에 대해 묘사한 <걸어도 걸어도>(2008)나 네 자매의 일상과 상실 이후 회복을 그린 (그리고 히로세 스즈가 출연하기도 했던)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을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 스틸컷


<아수라처럼>(2025)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무코다 쿠니코가 쓴 1979년 원작의 틀을 거의 유지한 작품이다. 가족 이야기에서 이끌어내는 삶의 복잡성과 단순히 요약할 수 없는 아이러니와 '그럼에도' 같은 단어로 대변될 만한 일말의 아름다움 같은 것. 특징적인 것은 주로 네 자매들의 남편이나 아버지 등 남성 인물들의 외도 혹은 그 의심 정황들이 사건을 이끌거나 갈등을 촉발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주변 인물이거나 관찰자에 머물고 츠나코(미야자와 리에), 마키코(오노 마치코), 타키코(아오이 유우), 사키코(히로세 스즈)의 희로애락이 <아수라처럼>의 분명한 핵심이다. 서로 미워하면서도 걱정하고, 갈등하고 시기하면서도 염려하고 챙겨주며, 화해하면서도 뒤끝이 있는, 때로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들까지도 그렇다. 그래서 겉으로는 모든 미덕을 상징하지만 험담을 좋아한다는 '아수라'처럼, '아수라처럼'이다.


작품 후반부에서 대두되는 건 네 자매 중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비슷한 막내 사키코와 셋째 타키코 사이에 있어왔던 어떤 감정의 골이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에피소드다. 처음에는 초중반 회차들에 비해서 6화와 7화 정도에 할애된 이 이야기가 따로 노는 듯 여겨졌지만 결국 다 보고 나면 이 '아수라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생생히 살아 있는 네 여성의 일상에 새로운 바람이 깃드는 과정을 그 자체로 수긍하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 스틸컷


영화에서 주로 익숙하게 목격해 왔던 것과는 매체의 특성상 당연하게도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2023)이 그랬던 것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연출과 각본은 여전하다.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감정을 이끌어낼 줄 아는, 마냥 긍정과 낙관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고 서늘한 통찰까지 담고 있는. 특정 소재나 특정 대사 등 일부만 갖고 작품 전체와 작가에 대해 속단하는 경우를 요즘 많이 접하게 되는데, 어디까지나 더 중요한 건 부분이 아니라 전체이며 각 요소들의 연결과 맥락이다. 내게는 <아수라처럼>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필모그래피에서 자연스럽게 거론할 수 있는 작품의 하나로 이질감 없이 다가왔다.


<아수라처럼>(阿修羅のごとく, 2025)

-연출/각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원작: 무코다 쿠니코 <아수라처럼>(1979)
-출연: 미야자와 리에, 오노 마치코,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 쿠니무라 준, 마츠자카 케이코 등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 포스터

*제목 및 본문 이미지 출처: Netflix, Cinema Daily US, Midgard Times, Slate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리뷰:

https://brunch.co.kr/@cosmos-j/1487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 스트리밍:

https://www.netflix.com/kr/title/81759233



*인스타그램: @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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