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2024) 리뷰
여러모로 작년 초 국내 개봉한 영화 <노 베어스>(2022)와 겹쳐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2024)은 제목이 지시하는 강력한 은유를 후반부에 숨긴 채, 정치적 함의를 담은 사회고발 드라마이자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의심과 불안을 담은 스릴러로서 중반까지 훌륭하게 기능한다. 그러나 중후반부 급변하는 장르와 중심인물 축이 그 연출 의도에 있어 납득 가능한 동시에 '이만'의 과거 등 일부 묘사에 있어서 불충분한 면도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상영시간이 167분인 것에 비하면 3막에 해당되는 후반부가 특히 길다는 인상을 주고 서사 자체가 느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의 마흐사 아미니 시위(이른바 '히잡 반대 시위')에서는 물론 자신이 만났던 조사관들과의 대화와 감옥에서의 경험 등에서 적극적으로 원천을 끌어와 소셜미디어 등 영화 밖 실제로부터 설득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런 걸 시네마가 정치사회를 만나는 순간이라 불러야 하겠다 싶을 정도로. 또한 실내 촬영 비중이 다수를 차지함에도 바깥 상황에 대한 인물들의 언급과 뉴스 보도 등을 통해 '이만'은 물론 '나즈메', '레즈반', '사나'가 시시각각 느낄 긴장과 불안만큼은 매 순간 생생하게 전달해 낸다.
<노 베어스>에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작중 인물에 고스란히 투영해 진실 앞에서 힘없을지도 모르는 카메라를 그럼에도 놓지 않고 붙드는 일을 보여줬다면, 모하마드 라술로프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국가와 가정 모두에서의) 억압에 대한 고발은 물론 체제와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젊은 여성 캐릭터와 실제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저항을 메시지 삼으며 성장 서사와 같은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씨앗'과 '총알'의 연결은 물론 후반부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사회적 변화의 물결을 한 가정의 서사로 훌륭하게 축약한 것으로서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인물의 동기와 내면 묘사에 있어 후반부터 전반부에 잘 쌓아왔던 것과는 결을 달리 하면서 서사가 주제 자체를 위해 스스로 일부 한계를 내보이고 논픽션에 자리를 내어준다고 느꼈지만, 감독과 주요 배우들의 망명 여정은 영화 밖에서도 영화를 간접적으로 보충한다. 역사 문화적 배경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이 가족의 이야기가 마음 아픈 동시에 그 자리에 새롭게 심어진 씨앗이 결국 무성해지기를 기원하게 된다.
https://brunch.co.kr/@cosmos-j/1550
*6월 3일 (국내) 개봉, 167분,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그린나래미디어(주),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주)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_lmgV3VxGWc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linktr.ee/cosmos__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