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 리뷰
완성도 높은 사운드트랙으로 아이돌 그룹 팬들과 애니메이션 마니아 시청자들을 모두 겨냥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는 아마도 공개 전에 작품의 성공을 가늠한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인기 혹은 시류에 적절히 편승하기 위한 기획이 아닐까 싶은 의구심 또는 잘 제작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거시적인 기획력이 돋보이면서도 미시적 세공이 탁월한 작품이다. 스파이더 버스 시리즈를 성공시킨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과 넷플릭스의 협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이 작품이 무엇보다 소재와 장르에 고루 들어맞는다는 걸 몇 개의 컷만으로도 수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귀마에게 진우가 (헌트릭스에 맞선) 아이돌 그룹 데뷔를 시켜야 한다고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은 단지 진우와 다른 네 사자 보이즈 멤버들이 아이돌 그룹 포즈를 한 번 취해주는 것으로 '설득'된다. 귀마는 흥미로워하고 악령-군중들은 금세 매료된다. 그 자체로 유머러스하고 쾌활한 설정일 수도 있으나, 아마도 어떤 영화에서는 인물의 대사로 길게 풀어놓거나 몽타주 컷 등을 통해 애써 미리 보여줘야 했을 부분이 애니메이션이기에 그렇게 직관적인 영화 언어가 가능한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단지 빌보드 차트에 사운드트랙을 모두 진입시킬 만큼 '캐치한' 콘텐츠에만 그치지는 않는 것 같다.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 아이돌 그룹이 퇴마사였다는 설정은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선뜻 그려지지 않을 수 있겠으나 노래를 들은 군중들의 마음이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시각화' 했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대목이 있다. 이건 소위 '덕통사고' 같은 단어로 축약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누군가 대변해주고 있다 느끼는 언어를 만나는 순간이거나 지친 일상에 힘을 주는 것들이거나 혹은 절로 미소를 지어지게 만들 어떤 사랑의 감정이다. 공학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는 마음을 혼문을 매개로 시각화 함으로써 자신의 진실된 이야기를 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다.
물론 "How It's Done"으로 시작해 "What It Sounds Like"으로 귀결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스스로의 아픔과 결함을 직시하고 타인과 아낌없이 공유하는 아티스트의 성장담이기 이전에 99분짜리 OTT 애니메이션이다. 다만 사운드트랙을 흥얼거리거나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돌아볼 만한 함의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한국의 혹은 한국계의 캐스팅과 케이팝 아티스트와의 협업 경력이 있는 아티스트와 한국계 (공동) 감독을 비롯한 여러 '한국적'인 요소들을 언급하기 앞서 생각했던 것보다 꺼내볼 만한 이야깃거리들이 꽤 풍부한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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