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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13. 2016

불안하지 않았어요?

꿈의 미래

"오빠는 그때 불안하지 않았어요?"


대략 2년 반 정도만의 만남에서 듣게 된 한 후배의 고민은 거의 내가 정확히 같은 시기에 겪었던, 같은 종류의 이야기였다. 수십 억의 다른 꿈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다들 마음 속내는 크게 다르지만은 않구나. 전부터 지켜봐왔던 그녀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상하게도 나는 졸업이 기다려졌다. 왜였는지는 모르겠다. 이수학점이 모자라 초과학기를 두 번이나 거쳐야했지만, 대기업 공채 같은 건 애초에 고려하지도 않았고 못했을 만큼 화려한 학점과 학적을 쌓아왔지만, (실은, 스펙 위주의 채용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업종이었다는 게 참 감사할 따름이다.) 뭐랄지 나는 반드시 영화계에서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스스로를 지배하고 이끌었다. 실은 이게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방법이라면 내가 영화를 얼마나 어떻게 생각하고 다루고 아껴왔는지라도 보여주는 것만이 방법이었다. 나보다 오래 글을 잘 써온 이들도 많고 유관하고 알찬 커리어를 닦아온 이들도 더욱 많은데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을 뿐이었다.


불안하지 않았다는 건 그래서 거짓말이다. 그것보다 영화인으로서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의 벅참이 그걸 상쇄했다. 영화는 물론 공연과 음악, 방송 등을 아울러 문화 산업 자체의 국내에서의 인식과 입지를 따져보면 부모님이 마땅치 않게 여기시는 게 당연했다. 다만 또 생각했다. 내가 살아갈 길을 바라보고 정하는 데 있어서 나 아닌 그 누구의 이야기도, 가족의 이야기도 물론, 나를 생각하고 염려하는 그들의 마음만 받으면 그만인 것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매체에서 글을 쓰고 취재를 하며, 관련된 교양수업을 찾아듣고, 현역의 선배들이 운영하는 워크숍을 찾아듣고, 무작정 극장을 드나들며 영화를 보고 전단을 모았다.

매번 적절한 시기에 좋은 기회가 감사히 주어진 것 같다. 얼마 전에 한 지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한때 여러 번 보았던 TED 연설의 한 토막을 보았다. 연사는 "Fake it til you make it."이라는 근사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당차게 마무리했다. 지금 보니 내게 이야기를 청했던 후배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에는 '날 믿는 나'라고 적혀 있다. 나보다 더 확고하고 좋은 길을 일찍부터 걸어왔으며 이제 막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발을 들이고자 하는 그녀에게, 대략 "다음 번에 만날 땐 새 명함 기대할게!"식의 말을 했던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이 걸려도 좋다. 그 얼마만큼은 당신이 들인 몸과 마음의 수고의 시간이자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당신의 열의와 정성이 담긴 발자취가 될 것이다.


영화와 관련한 진로에 대해 종종 물음을 받는다. 내 꿈이 뭐냐는 물음에 아직도 난 "내 이름으로 극장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멋쩍은 답을 툭 내놓는다. 한 25년 정도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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