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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Sep 14. 2015

영화가 사람과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시네마 천국>(1988), 쥬세페 토르나토레

영화에 대한 영화이자 사랑에 대한 영화인 <시네마 천국>(1988)의 (극장판) 마지막 장면을 생각한다. 알프레도는 살바토레에게 왜 그 필름을 남긴 것일까. 그 생각에 대한 나름의 답을 하기 위하여, 알프레도가 생전 그에게 영화 속 배우들의 입을 빌려, 그리고 자신의 입을 통해 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는 말, 이유는 없지만 푸른 눈(엘레나)는 안 된다는 말, 사랑에 너무 빠지면 괴롭다는 말.


무엇보다, 무슨 일을 하든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는 말. 여러 가지를 뇌리에 스치고 돌이키며 향하는 결론은 결국, 과거는 과거로 두고 지금을 살아가라는 말이다. 필름에 담긴 내용은 17편의 영화들에서 어릴 적 토토의 눈을 사로잡았던, 영화 속 남녀의 가장 절정의 순간들을 편집한 것. 그런데 관객은 알프레도가 그 필름을 남긴 이유를, 젊은 시절 찍은 엘레나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눈물 흘리는 살바토레의 모습에서, 그리고 99일간 여자를 기다리다 100일째 되던 날 떠나버린 남자의 이야기에서, 이미 가늠할 수 있다.


곧, 지금을 살아가려면 과거의 순간은 그 순간에 머무르도록 간직해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영화를 살펴보면 "이 광장은 내 거야"라 반복해서 외치는 '광장남'을 제외하면, 토토가 자란 시칠리아의, 파라디소 극장과 주변의 모든 것들은 변하거나 퇴색되거나 사라진다. 그러니, 내가 살아온 내 과거는 아름다운 모습으로서 간직해야 현재를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남겨둘 줄 모르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어릴 적 토토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화가 사람과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질적 부모나 다름 없는 알프레도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살바토르의 삶은,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들은 그 순간의 빛으로 남겨두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순간(FINE) 관객들이 마주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사랑해야 할, 사랑할 순간들이다. <시네마 천국>은 영화가 이 세상에 필요한 이유를 말하는 동시에, 영화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 자체를 사랑하기를 주문하는 마법 같은 영화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도 앞으로 괜찮은(Fine) 작품으로 다가와 기억에 남길 기대해본다. (★ 10/10점.)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 by 쥬세페 토르나토레

2013년 09월 26일, 1993년 11월 13일 (국내) 재개봉, 1990년 07월 07일 (국내) 개봉, 124분, 전체 관람가.


출연: 자끄 페렝, 필립 느와레, 살바토레 카스치오, 마코 레오나디, 브리지트 포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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