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 케네스 로너건
막힌 변기를 뚫는 등 잡역부로 일하며 혼자 살고 있는 '리'(케이시 애플렉)에게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심부전을 앓고 있던 형 '조'(카일 챈들러)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형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리'는 형의 임종을 지키지 못합니다. 이제 '리'에게 당면한 문제는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양육 문제입니다. 조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장례 절차 등을 논하며 고향에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 '리'는 생전 형이 자신을 조카의 후견인으로 지목해두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때마침 전처인 '랜디'(미셸 윌리엄스)로부터 연락이 오면서 '리'는 그동안 잊은 줄 알았던 자신의 과거의 기억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케네스 로너건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의 기본 골자입니다. 본래 맷 데이먼과 존 크라신스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작품은 맷 데이먼이 주연과 연출을 겸할 예정이었으나, <마션>(2015)과의 스케줄 조율 실패로 맷 데이먼은 프로듀서로만 크레딧을 올리게 됩니다.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그 중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라라랜드><문라이트> 등과 더불어 주요 후보작 중의 하나가 될 예정입니다. (BAFTA에서는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편집상 후보에 오른 상태)
단순히 영화제나 시상식, 해외 언론과 평단의 반응 때문이 아니라, 저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한국영화에서는 나오기 힘든 종류와 방식의 이야기라고 분명히 생각합니다. 한 가족의 죽음 이후 정작 주인공은 슬퍼하기보다는 무기력하게 자신의 앞에 놓인 상황(형의 장례 절차, 조카 양육 문제 등)에 짓눌릴 따름이며 조카와의 대화, 마을 사람들('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실존하는 마을의 지명입니다.)과의 과거와 현재의 에피소드들도 종종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모든 감정과 상황이 혼재하는 인간사의 현실적인 측면을 예리하게 간파한 수작입니다. 어떻게든 삶은 계속되지만, 그 이어지는 삶이 반드시 해결책이나 전환점을 동반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룹니다.
2월 국내 개봉, 137분, 15세 관람가, 출연: 케이시 애플렉, 카일 챈들러, 미셸 윌리엄스, 루카스 헤지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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