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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21. 2017

디즈니 애니가 실사화 되어야 하는 이유

<미녀와 야수>(2017), 빌 콘돈

연출(한 사람의 필모그래피에 <드림걸즈>와 <브레이킹 던>이 공존하다니!)과 각본은 그다지 특별한 점이 없어보이는 <미녀와 야수>(2017)의 가치는 기획(그리고 음악, 의상, 미술 등 시청각 요소) 자체에 있습니다. 흔히,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는 새로울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작품의 결과물은 디즈니가 자사의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로 선보이고 있는 이유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비교적 적은 비중으로 지나가는 캐릭터 중 하나인 '피에르 로버트'(레이 피어론)의 사소한 대사가 그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봤던 책, 또 봐도 돼."


어떤 매체로든 한 번 접한 이야기를 다시 본다고 하여 그 가치가 퇴색되지는 않습니다. 서로의 내면의 외로움을 진정으로 보듬으며 사랑을 이루게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 자신이 볼 수 있는 세계를 통해 상대의 세상을 넓혀준 '야수'(댄 스티븐스)와, 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고 사람들이 외면한 가치를 진취적으로 지켜낸 '벨'(엠마 왓슨). <미녀와 야수>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이야기의 변치 않는 힘에 있을 겁니다. 다음 대사에서 '피에르'는 책을 돌려주고 나가는 '벨'에게 이렇게 덧붙입니다.

이 분이 맡은 배역입니다. 구글에도 찾아봤으나 영화 속 Père Robert의 스틸이 없네요.(프랑스식으로 Père를 '뻬르' 정도로 발음한다는군요.)

"Von Voyage."


그의 말처럼 <미녀와 야수>는 원작을 알든 모르든 누구나 큰 부담이나 장벽 없이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명료하고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을 비롯해 악역조차도 1차원적인 캐릭터이기에 <미녀와 야수>의 매력은 오히려 '르미에'(이완 맥그리거)와 같은 조연 캐릭터를 통해 더 부각됩니다. 또한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라 '벨'과 '야수'의 캐릭터에 있어서도 원작보다 비교적 현대적으로 변화를 주려 한 디즈니의 시도도 여러 곳에서 발휘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Be Our Guest' 같은 주요 넘버들이 나오는 신들은 뛰어난 완성도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어우러져 제한적인 공간 하에서도 멋진 뮤지컬로 그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새 이야기가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빠르게 소비되는 가운데 <미녀와 야수>는 <정글북>에 이어 '옛날 이야기'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선례로 남을 것입니다. (흥행에 있어서는, 2017년 개봉작 중 처음으로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를 넘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 8/10점.)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 빌 콘돈

2017년 3월 16일 (국내) 개봉, 129분, 전체 관람가.


출연: 엠마 왓슨, 댄 스티븐스, 루크 에반스, 조시 게드, 이완 맥그리거, 이안 맥켈런, 케빈 클라인, 스탠리 투치, 엠마 톰슨, 네이튼 맥, 구구 바샤-로, 오드라 맥도날드, 해티 모라핸, 레이 피어론 등.

*다만 국내의 더빙 상영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자막은 대체로 스크립트만을 보고 제한된 시간 안에 자막을 만들어야 하는 번역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앞서 언급한 'Von Voyage'는 자막으로 아예 처리되지 않았으며, "심장이 나댄다", "블링블링하게 포인트를 줘야지" 등 지나치게 가볍고 인물의 성격과도 동떨어진 톤의 기이한 번역(혹은 불필요한 의역)이 적지 않게 존재합니다. 노래 가사의 번역은 큰 무리는 없지만, 일상적인 대사들은 다소 무성의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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