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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24. 2017

호스트와의 차 한 잔

뉴욕이라니, 동진아

3월 12일 일요일


Shelley는 내가 도착한 첫 날인 어제는 집에 없었다. 3주 정도 자리를 비웠는데, 내가 첫 밤을 보낸 다음날인 오늘 돌아온 것이었다. 어제 맞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불편한 건 없었는지, 비행은 어땠는지 등 여러 이야기를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이미 지내는 데에 필요한 모든 걸 메시지를 통해 알려주었으므로 조금도 불편한 게 없던 첫 날이었다. 마침 나보다 먼저 여기 와서 좀 더 오래 머무르는, 독일인 Lyana를 어제 잠시 만나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녀 역시 Shelley의 이 집이 너무나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오랜 여정에서 돌아온 그녀는 짐도 미처 다 풀지 못한 채 나와 이야길 나누었다. 지역의 Film & Art Festival을 만들고 운영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내내 흥미로웠다. (실은 그게 몇 개의 숙소 후보 중 여길 택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 역시 Filmmaker였고, 저녁에 잠시 들러서 인사할 기회가 있었던 그녀의 조카는 Brooklyn College에서 Filmmaking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세상에는 신기한 일들이 많다.)


잠깐 인사만 하고 다시 방에 들어가려고 (생각)했던 내게 Shelley는 차 한 잔 하고 올라가겠느냐고 제안했다. 너무나 젠틀하면서도 캐주얼하고, 또 스스럼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야길 하면서도 상대를 경청하는 그녀의 배려 덕에 평온한 일요일의 티 타임이었다. Brooklyn의 토박이인 그녀는 그간 다양한 국적과 문화의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인을 만난 건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영광이라고 했다.


동네의 괜찮은 맛집들에 대한 추천과 맨해튼으로 가는 교통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는데, 오늘 Dumbo와 Williamsburg 중 한 군데를 갈 예정이라고 하자 꼭 Dumbo를 가보라며 Brooklyn Bridge를 끼고 볼 수 있는 산책로도 알려주었다. 어제처럼 바람이 강했지만, 찬바람도 맞을 만큼의 풍경을 덕분에 볼 수 있었다.


집을 나서기 전 Whatsapp의 연락처를 주고 받고 나왔는데, 지하철로 조금 이동하다가 보니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집 근처의 그녀의 즐겨찾는 장소들은 물론이고, 뉴욕 전반에 대한 자신의 취향 - 쇼핑, 푸드, 문화, 교통을 아우르는 - 에 대한 빼곡하면서도 간결한 리스트들이 정리돼 있었다. 숙소에 첫 발을 딛은 순간 이곳을 사랑하게 될 거란 걸 직감했지만, 잠깐의 티 타임과 그녀의 배려만으로도 더 확실해졌다. Dumbo에 다녀온다고 말하고 집을 나서기 전, 이렇게 말했다. "I knew I was gonna fall in love with this place at first moment, and now I'm for sure!" 오늘은 그 어떤 것보다 Shelley's 루이보스 티 한 잔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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