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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16. 2017

Real dream, full of love

고마워, Coldplay

나는 태어나서 콘서트라는 걸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단지 어릴 때는 관심이 없었고 여건이 되지 않아서였지만, 어쨌거나 모든 처음이라는 것은 문자 이상의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단지 청각만을 자극하는데, 공연이라는 것은 공감각으로 이어진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받아들이며 현장의 온도를 느끼는 순간 음원을 통해서는 결코 전해질 수 없는 모든 느낌이 완연히 내 경험이 된다.

호주 출신으로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음악을 시작했다는 Jess Kent는 오프닝을 통해 그 자리에 선 자신이 얼마나 설레는지 고백했다. S석에서 지켜보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자이로밴드에 아직 빛이 들어오지 않은 순간,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본 공연이 시작되기까지의 그 정적과 설렘과 떨림, 그리고 마침내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 영상이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나오고, 'A Head Full of Dreams'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더 이상 현실에 위치한 올림픽 스타디움이 아니었다. 꿈이 현재가 되는 공간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온몸으로 정확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매 곡의 생생함을 만끽하면서 다음 곡이 무엇일지를 상상하는 그 순간은 내내 아낌없이 행복했지만 동시에 분명한 기승전결이 있었다. 데뷔 초기부터 최신 앨범까지 아우르는 2시간은 너무도 짧았지만 데뷔 이래 20년간의 그들의 땀과 환희가 모두 하나로 담겨 있었다. 마지막 곡인 'Up&Up'의 가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충분하다고 생각될 때, 포기하지 말고 사랑의 힘을 믿어. 사랑이야말로 이들의 음악을 가장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테마라고 생각해왔었다. 공연이 끝나고도 사람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떠나지 않았다. 집에 와서는 입장할 때 나눠준 'LOVE' 뱃지를 만지작거렸다. 문화이자 예술의 진정한 힘은 이처럼 '공연'이 끝나고도 계속 이어진다.

누군가는 이 공연의 예매에 성공한 것을 두고 '올해의 운을 다 썼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나는 거기에는 조금도 동의하지 않았다. 또 다시 노래 가사를 생각했다. 어떻게든 우린 함께일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서울 하늘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무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던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분명히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티켓을 예매하고부터 어제까지 몇 달의 시간이 그 2시간에 압축되었던 것처럼, 언제라고는 확언할 수 없지만 분명하게 있을 '다음'이라는 시간은 지금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고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올해가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될 시간이자 사건이었다. 현실도피가 아니라 더 또렷한 현실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별로 꽉 찬 하늘보다 더 빛나고 행복했던 시간. 크리스 마틴은 잠시 폰을 내려놓고 시리아든 캐나다든 지구의 어디든 소중한, 우리의 시선과 빛이 필요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두 손을 모아달라고 했다. 음악의 진짜 가치는 그런 것이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공간과 감각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오늘의 하루는 색색의 별들로 더없이 충만해져 있었다. 가끔 혹은 자주 카메라를 꺼내기도 했지만, 그보다 앞서 온 감각으로 순간을 만끽하는 그 자체로 완벽한 공연이었다. 귀가하는 길, 머리는 꿈으로 가득해졌다. 노랑색과 보라색과 무지개를 오가며 우리는 어루만져진 마음을 바라봤다. 모든 것들이 우리를 연결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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