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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27. 2017

여기가 맨해튼이구나.

뉴욕이라니, 동진아

3월 13일 월요일


Shelley의 조언대로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B44-SBS'라는 버스는 집에서부터 Williamsburg 방면까지 남북으로 길게 횡단하는, 말하자면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는 뉴욕 버스의 한 종류다. MetroCard를 통해 버스도 이용할 수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SBS(Selected Bus Service)는 버스에 타서 카드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정류장에 설치된 부스를 통해 승차처리(지불영수증을 꼭 휴대해야 한다)를 하는 방식이었다. 승차 요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하차할 때는 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그냥 내리고 싶은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식사를 위해 찾아간 곳은 'House of Small Wonder'라는, 일본식 브런치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메뉴들을 파는 곳이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오키나와 타코 라이스'와 콜드브루 커피. 일본식 요리들 뿐 아니라 샌드위치와 수프, 샐러드 등이 구비돼 있었는데, 입구는 미리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을 만큼 소박하고 튀지 않았다. 혼자 조용히 식사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나처럼 다수 있었는데, Shelley의 말대로 Williamsburg는 트렌디하고 '힙'한 공간이었고 그중에서도 이곳은 정말로 상호에 걸맞게 작지만 많은 놀라움들이 있는 곳이었다. 가게의 중간에 자리한, 뽑지 않은 큰 나무 한 그루가 그걸 느끼게 해줬다. 자연에 속해 있는 도시랄까, 적당한 소란이 식사를 더 맛있게 했다.


Williamsburg에서는 강가로 조금만 나가면 Manhattan과 Upper East Side의 빌딩 숲이 한눈에 내다보였다. 아주 벅차고 뭉클한 광경이었다. 이상하게도 좀 감동적이었는데, 마침 날씨도 전날보다 더 풀렸겠다, 곧 찾아갈 곳을 먼저 바라보고 나니 하루의 충분한 목표가 생긴 것이었다. Blue Bottle Coffee에서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이번에는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탔다. Bedford Avenue 역에서 4개 정도 역만 지나면 Union Square와 14번가에 내릴 수 있었다. 오늘의 중요한 목적지 중 하나였던 Time Warner Center까지는 수십 블럭을 더 북서쪽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Union Square Park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장관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3일차의 월요일 오후, Manhattan의 한가운데에 홀로 내렸다. 여기구나, 내가 오려고 했던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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