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라니, 동진아
3월 14일 화요일
이틀 전에 Shelley가 블리자드에 관해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날씨 예보를 봤는데 눈 소식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폭설은 자주 봤지만, 미국 북동부 지역에 폭설이 심하게 내렸다는 소식도 종종 해외 뉴스를 통해 접해보기는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블리자드 경보는 해제되었고 'Snow Weather Advisory' 상태로 완화되었다.
집에서 좀 더 머무르면서 바깥 날씨 추이를 볼까 했지만 시간이 아까운 것이었다. 불과 일주일 중에서도 짧은 평일 오전인데, 나름대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길에 눈이 다소 높게 쌓인 것을 제외하면 집 근처에 있는 카페까지 나오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스타벅스 같은 어디에나 있는 곳이 아니라 정말 지역적인 곳. 오픈형 주방이 바로 정면에 보이는 자리였다.
주문한 음식 자체도 훌륭했는데, 마침 Shelley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내 신발이 겨울용 높은 부츠가 아니라는 걸 염려했던 그녀는 혹시나 내 발이 시리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소식을 궁금해했다. 내 발은 물론 아주 괜찮았다. 며칠간 맨해튼의 상징적인 스카이라인과 브루클린 브릿지의 야경과 같은, 멀리 있는 것들에 심취해 있었는데 오늘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보았다. 집 앞의 눈을 웃으면서 치우는 동네 주민들과, 13년째 브루클린에 살았다는, 꿈꾸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카페 사장님과, 고향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비영리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 온 내 집 주인까지. 동네의 공기에 몸과 마음을 쉴 무렵, 때마침 눈이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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