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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20. 2017

신어봐도 안 잡아먹어요: 맨해튼에서의 친절들

뉴욕이라니, 동진아

3월 15일 수요일


폭설이 그친 다음 날, Union Square Park St. 앞.


눈이 그친 다음날, 다시 맨해튼에 나가기로 했다. (맨해튼은 며칠을 다녀도 끝이 없는 곳이니까!) 월요일에 들렀던 유니언 스퀘어 바로 근처에 'Strand Bookstore'가 있었다는 걸 알고 난 후, 다시 내 출발점은 유니언 스퀘어였다. 오전 9시 30분 오픈인데 거의 오픈하자마자 들어갔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알라딘이나 예스24 쯤 될 법한 성격의 서점인데, 비교적 신간부터 오래된 책들을 포함해 노트나 엽서 같은 굿즈들도 풍부하게 있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당시 캐치프레이즈인 'Make the America Great Again'을 패러디 한 'Make America Read Again'이 새겨진 티셔츠였다. 이런 감각적이면서 재미난 것들이 참 좋다. 머그와 와인 오프너를 비롯해 바이닐까지 꽤 광범위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었는데, 서점의 로고가 새겨진 에코백은 사야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냥 내려놓은 후, 뉴욕에 대한 Trivia들이 담긴 책과 엽서, 노트, 북마크를 집어들었다.

몇 시간을 허우적 거려도 좋을, Strand Bookstore.

그리고 조금 걸어서 며칠 전 외관만 살폈던 미국 소니 본사가 있는 건물의 '소니 스퀘어'를 찾았다. 매디슨 스퀘어 공원 근처에 있는 소니 스퀘어는 애플 스토어 같은 곳은 아니고 이를테면 '디지털 카메라의 역사'를 비롯해 자사의 대표적인 제품 라인들을 전시해놓은 일종의 팝업 스토어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손님이 많을 리 없는 시간이라 거의 나밖에 없었는데, 이곳은 뉴욕에서 모처럼 만난, 직원이 나를 따라다니며 필요한 것은 없는지를 비롯해 내가 살펴보고 있는 제품에 대한 부연 설명들을 친절히 더해주는 매장이었다. 다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액세서리 등이 풍부하게 갖춰져 있지는 않아서 머쓱한 인사만 주고 받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미녀와 야수> 개봉을 앞두고 5번가 유니클로에도 기획 상품들이 DP돼 있었다.

공원 건너편의 레고 스토어를 들른 후, 지하철로 59번가로 이동했다. 바로 그 '티파니앤코'가 있는 트럼프 타워를 지나서, 유니클로에 들렀다. 가면서 느끼지만 스타벅스는 외국인들에게 여러모로 참 편리한 곳이다. 5번가 유니클로는 아주 큰 매장에 속하는데 여기도 스타벅스가 있었다. MoMA와의 콜라보로 일부 제품 라인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뉴욕에 온 며칠간 제대로 된 쇼핑이란 걸 해보지 않은 나는 처음으로 뭔가 지갑을 열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열었다! 계산대가 20개는 족히 되어보일 만큼 그야말로 압도적인 유니클로였다. 근처에 있는 H&M과 ZARA가 아담해 보일 정도였다. 쇼핑백을 들고 유니클로 안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조금 후에 이동한 곳은 바나나 리퍼블릭이었는데, 지나가는 직원들마다 모두 인사를 건넸다. 어떤 매장에 들어설 때 내 행동 패턴이라든지 목적에 따라서 (내가 필요로 하는) 직원의 응대 양식이 어느 정도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직원이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내가 편할 때가 있다. 또 어떤 때에는 나를 '케어'해준다고 느낄 경우에 편안해지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후자였다. 아마도 내가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리 느꼈을 것이다. 바나나리퍼블릭 회원카드가 있는지 묻더니 GAP의 멤버십과도 연동이 된다는 점과, 오늘 25% 세일을 하고 있으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부르라는 이야기를 했다. 매니저로 보이는 한 직원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약 5분 정도 후에 같은 이야기를 다른 직원에게 한 번 더 들었다. 신발 신어보고 싶으면 신어봐도 안 잡아먹는다는 농담도 건넸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바로 거기. 그리고 트럼프 타워
20세기 폭스의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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