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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n 03. 2017

<겟 아웃>의 예고편이 스포일러라고요?

<겟 아웃>(2017), 조던 필레

아주 탁월한 해외 포스터의 카피라이트

(물론 이 글은 영화의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돈을 주고 소비하는 여러가지 것들 중에서도 영화라는 콘텐츠는 좀 특별합니다. 음식으로 따지면 향만 맡아보고 그걸 먹을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건데, 요리야 시식이라도 할 수 있지 영화는 보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건지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또 그러니까 포스터나 트레일러 같은 건 그 영화의 시식 코너인 셈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예고편도 보지 마라'는 이야기는 그 뜻 자체는 이해하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전자제품으로 치면 따지지 말고 일단 사서 열어보라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주변에 영화 이야기를 할 때, 언제나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스포일러의 의미는, '결말에 대한 중요한 정보'에 해당합니다.) 사전 정보를 강조합니다. 그 어떤 영역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사실입니다.


<겟 아웃>이 그저 독특한 스릴러일 수도, 차별과 대상화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작품일 수도 있는 건 그래서일 것입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조던 필레는 자신의 이름을 건 TV 시리즈로 에미상을 수상한 유명 코미디언입니다. 제작사인 블룸하우스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를 시작으로 <인시디어스><위플래쉬><23 아이덴티티> 등 저예산으로 하트작을 탄생시키는 데 탁월한 선구안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호러와 스릴러의 외피를 쓴 영화에 사회적 비판의식과 풍자가 담겼다는 건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잠깐 로튼토마토 이야기를 하자면, 단지 '신선도'만 높은 게 아닙니다. 평균 평점 8.3은 평소 이곳을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아주 높은 수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북미에서도 그만큼 이 영화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시 트레일러, 예고편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유독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중요한 걸 다 알려주네" 하는 식의 반응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중요하다는 걸 아는 이유는, 당연히 영화를 보고 나서 예고편을 봤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예고편은 무슨 장면을 보여주든 간에 그저 저런 장면이 있나보다, 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고편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제작사와 배급사의 확인을 받아서 만드는 것이고, <겟 아웃>은 아시다시피 직배사인 UPI코리아에서 배급합니다. 원 제작사가 만든 소스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는 의미입니다. 예고편이 스스로 결말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가져다 편집해 '뭔가 있는 영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겁니다. 이른바 '중요한 장면'이라고 하는 - 정확한 의미에서의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어쨌든 작품에서 나름 비중을 차지하는 - 장면들을 빼고 예고편을 만들었다면, 정말 건조하고 재미 없는 영상이 되었을 것이 자명합니다. 예고편은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여기 스포일러 다 담겨 있어!' 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영화를 보기 전에 그 말을 한 것이라면, 그만큼 영화를 미리 간파하는 눈이 있다고 인정할 수는 있겠지요.


같은 방식으로 논하면, 스틸컷조차 공개해선 안 되겠지요.

그 어떤 영화의 예고편도, 절대 자신의 결말을 스스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비기를 스스로 까발리지 않습니다.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영화의 마케팅에 있어 언제나 정확한 단 하나의 결론은 "극장에서 확인해 보세요"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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