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7), 조선호
어제의 누군가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 <하루>를 보고 처음 떠오른 문장을 바로 그 흔하디 흔한 것이었다. 요즘의 국내 상업영화들이 평균적인 오락성만 갖추고 개별적인 아이덴티티는 점차 실종돼 가는 중에 <하루>는 어느 정도 극장에서 소구될 만한 상업성은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다. 소재도 딱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활용했고 전개 방식 자체도 실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바탕을 나름대로 충실히 갖추고 있다. 단조로움을 탈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들도 설정하고 있다.
다만 묘한 기분이 든 것은 사건 열거식의 단조로운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말하자면 영화의 이야기 스스로가 이끌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견지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작가적 시선에서 각자의 인물들이 매 상황 내릴 법한 판단에 개입하는 인상이라는 것. 이는 캐릭터의 행동 동기 자체를 약화시키고 임시변통식의 갈등 해결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한 번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은 하나의 서사라기보다 그저 장치이고 그 안의 캐릭터들은 구성품이 되었다. 하기야 기능적으로 모든 영화는 관객에게 영화적인 무언기를 선사학하기 위한 도구이거나 상품인 것이지만, <하루>에는 뚜렷한 장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민철'(변요한)의 역할은 그저 혼자서만 이끌어가는 타임루프의 단조로움을 타개하기 위한 것에만 지나지 않고 '강식'(유재명)의 캐릭터는 무엇인가 보여줄 것처럼만 보이다가 갑작스레 방향을 선회한다.
타임루프물로서는 전혀 장르적 긴장감과 쾌감 없는, 주인공의 드라마로서는 너무나 앞이 훤히 그려져서 김명민의 연기마저도 빛을 잃는, 하나의 사건에 얽힌 세 인물의 드라마로서는 매 하루마다 생명력을 잃어가는 영화를 보는 기분은 애써 영화가 남긴 것이라도 주워보려는 글짓을 남길 뿐이다. 그래, 착하게 살아야겠고 과거는 명확히 정리해야겠으며 오늘은 열심히 살아야겠지. 그런 이야기는 극장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에서 대충 흘려버리기야 좋겠지만, <하루>라는 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될 수 없다. (★ 5/10점.)
<하루>(2017), 조선호
2017년 6월 15일 개봉, 90분, 15세 관람가.
출연: 김명민, 변요한, 유재명, 조은형, 신혜선, 임지규 등.
제작: (주)라인필름
배급: CGV아트하우스
시사회로 보고 후기를 안 적은 게 생각나 퇴근길에 황급히 적어보았다. 그와중에 모그와 프롬이 참여한 엔딩크레딧 음악은 좋았어서 마침 현장에 계시던 온라인팀 실장님께 여쭤봤었는데, 음원으로 나올 가능성은 불투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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