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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21. 2017

영화의 틀을 깨는, 올해 가장 생생한 영화적 체험

<덩케르크>(2017), 크리스토퍼 놀란

우리는 누구나 1인분의 삶을 산다. 영화에 적용하자면, 어떤 장르로 무슨 영화를 만들든 간에 그건 연출자로서 자신의 사적인 시각으로 본 세상을 담은 것이다. 한데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에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낼 줄 아는 연출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히 신뢰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견지하고 볼 때, <덩케르크>는 올해의 가장 생생한 영화적 체험으로 거론될 작품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뜻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고 철저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전쟁과 실화를 다룬 기존 영화의 공식을 조금도 답습하지 않으며, 주인공이라 할 만한 캐릭터를 구축하지 '않지만'(못하는 게 아니다. 애초에 할 생각이 없는 영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한 프레임에라도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영화. 그리고, 절제가 곧 표현의 힘이 된다는 것을 간파한 영화로 여겨진다. 특히 몇 안 되는 대사 중 두 대목이 더욱 선명히 그 점을 각인시킨다.


"죽었어요."
"그럼 더 조심해요."



"수고했네."
"살아 돌아왔을 뿐인데요."
"그거면 충분해."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9쪽 중에서(문학동네, 2012)) (★ 10/10점.)




<덩케르크(Dunkirk, 2017)>, 크리스토퍼 놀란

2017년 7월 20일 (국내) 개봉, 106분, 12세 관람가.


출연: 핀 화이트헤드, 톰 글린 카니, 마크 라이런스,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해리 스타일스, 잭 로던, 배리 케오간, 아뉴린 바나드, 제임스 다시 등.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a) 일반 상영관에서는 1:1부터 2.35:1까지를 오가는 영화의 화면 비율을 어쩔 수 없이 거의 살리지 못합니다. 즉, 상하는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좌우를 살리지 못합니다. 가능하면 IMAX 관이 좋고, 일반관이라면 1.85:1의 비율로 상영되는 곳에서 보는 것이 좋겠네요. 가로가 세로에 비해 아주 긴 상영관(STARIUM 관처럼)이 아니라면 그렇게 큰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단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잘 알려진 필름과 아이맥스 애호가일 뿐, 이 영화는 모바일 기기나 PC, TV가 아닌 '극장'에서 관람하는 경험 자체에 특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b) 영문 포스터의 카피가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When 400,000 men couldn't get home, home came for them."


c)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은 자막으로 제시되는 아래 세 '시간대'라고 할 수 있죠.

1. The MOLE / One Week (잔교에서의 일주일)

2. The SEA / One Day (바다에서의 하루)

3. The AIR / One Hour (하늘에서의 한 시간)


d) 일부 커뮤니티에서 <덩케르크>의 자막을 걸고 넘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가 될 정도의 번역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대사인 'home''조국'이라고 한 것도 이 영화에선 그 문맥상 적절한 번역이며, 몇몇 장면에서 대사의 번역이 생략된 경우가 존재하지만 내용에 지장을 주지도 않습니다. 자막 번역가가 누구이든 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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