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2016), 드니 빌뇌브
[무비톡클럽 다섯 번째 영화]
<컨택트>는 질문하는 영화다. 116분 전체를 가르는 질문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우리는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인식해야 할까, 아니면 그 사건이 일어난 목적을 인식해야 할까. 다만 그것은 질문일 뿐이다. 막상 어떤 사건을 겪게 되면 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것을 압도하여 원인이자 결과이자 목적이 된다. 영화와 원작이 모두 바탕을 두고 있는 언어 결정론적 시각에는 반대 견해도 만만치 않다.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두 문화권에서 서로 비슷한 문화적 양상이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컨택트>의 바탕은 단지 그것에만 있지 않다.
어떤 이야기에 그것의 시작과 끝이 있다고 할 때, 우리는 대체로 그 물리적인 처음과 마지막을 모른다. 이는 사후적으로 발생하고 인과가 아니라 어떤 하나의 목적(예: 사랑)을 위한 하위의 사건이 된다.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 중)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 만들어지는 바탕이 된다. 이 점은 앞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뒤의 이야기가 일어나게 되는 인과적 시각이 아니라, 거대한 하나의 목적을 향해 순환하는 의미의 고리와도 같다. 영화 속 미지의 대상과의 조우와 소통은 곧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밀접하다.
테드 창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안다면 당신은 그걸 바꾸려고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정해진 답을 요하는 물리학의 시각보다 대상과 대상의 차이와 경계를 파헤치고 사이의 의미를 헤아리는 언어학의 관점을 요한다. 분명 그 미래를 선형적으로 인식할 때와 비선형적으로 받아들일 때, 생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멀고 먼 과거를 돌고 돌아 하나의 언어와 다른 하나의 언어가 서로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을까. 아니, 그것은 꼬리가 아니라 머리였을까. 그것들은 모두 하나의 거대한 미래가 된다.
삶의 모든 순간이 당신에게 찾아올 때(Arrival), 그 누구도 아닌 당신에게 도달함으로 인해 그것은 단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사랑이든, 소통이든, 화합이든, <컨택트>에는 오로지 답이 아닌 질문만이 있다. 모든 생의 답은 오로지 당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당신이 살아낸 잔잔한 이야기는 그 모든 선택이 고요히 빛나리라.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의 한 마디가 의미심장하다. "모든 여정을 알면서, 그 끝을 알면서, 난 모든 걸 받아들여. 그 모든 순간을 기쁘게 맞이하지." (★ 9/10점.)
<컨택트>(Arrival, 2016), 드니 빌뇌브
2017년 2월 2일 (국내) 개봉, 116분, 12세 관람가.
출연: 에이미 아담스, 제레미 레너, 포레스트 휘태커, 마이클 스털버그, 마크 오브라이언, 티지 마 등.
수입/배급: 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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