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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Sep 17. 2015

삶의 의지를 말하는 영화가 정말로 생동감을 뿜을 때

<마션(The Martian, 2015)>, 리들리 스콧

화성에서 고립된 채 홀로 사투 중인 한 남자와 그의 너머 끝없이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난데없이 디스코 음악이 흘러나온다. (엔드 크레딧에 이를 때까지 음악 선곡이 유쾌하다!) 종종 웃긴다. 주인공 마크(맷 데이먼)는 심히 낙천적인 천재 과학자다. 자신을 화성 최고의 식물학자라 칭하며, 기지를 점령한 '우주 해적 마크 와트니'로 불리길 원한다. 화성에 남겨진 마크의 시점과 지구에서 그의 생사를 추적하는 항공우주국 사람들과 '아레스 3'의 대원들의 시점이 교차되는 <마션>은 마크 와트니가 화성일 순으로 기록한 일지를 따라가는 소설을 약간 각색하여 극한의 환경에 놓인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좇는다. 우주는 공간적 배경일 뿐, 우주라는 곳 자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생존기다.


생존 본능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임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션>은 그러나 과학만능주의에 결코 기대지 않는다. 그 본연에는 생명을 향한, 삶을 향한 근본적인 애착이 깔려 있고, 식물학과 물리학 등의 전문 지식과 직결되는 대사와 설명들이 적지 않음에도 그 내용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거나 긴밀한 이해를 요하지는 않는다. (이건 사실, <인터스텔라>(2014)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마크 와트니가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철저히 과학적 사고와 지식의 활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Sci-Fi 장르영화로서 <마션>의 매력이다. 맷 데이먼 뿐 아니라 제프 다니엘스와 크리스틴 위그를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도 상당히 좋다.


나쁜 각본으로는 좋은 영화가 나오기 어렵지만 좋은 각본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영화가 나오기란 쉽지 않다. 앤디 위어의 원작(그의 첫 장편!)과 드류 고다드의 각본을 기반으로 리들리 스콧의 연출과 다리우스 월스키의 촬영이 덧입혀진 <마션>은 원작의 숙지 유무와 관계 없이 어느 정도의 기대치에 부응한다. 긴장감을 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완급 조절도 좋고, '화성 플롯'과 '지구 플롯'의 균형도 알맞으며 캐릭터도 덧없이 소모되지 않고 역할이 뚜렷하다. (다만 굳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아니었어도 이 정도, 혹은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이 나왔을 거라는 느낌이 조금은 든다. 즉, 연출보다는 각본이 좀 더 좋았던 사례로 <마션>은 리들리 스콧의 연출보다 드류 고다드의 각본에 공을 돌릴 수 있을 것.) 그 뚜렷한 캐릭터들을 하나 같이 영화의 목표로 향하는 궤도에 안정적으로 머무르게 한다. 삶의 의지를 그리는 영화가 정말로 생동감을 줄 때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3D 등의 특별관 관람도 권할 만하다. (★ 8/10점.)


<마션(The Martian, 2015)>, by 리들리 스콧

2015년 10월 8일 (국내) 개봉, 130분, 15세 관람가.


출연: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크리스틴 위그, 치웨텔 에지오포, 제프 다니엘스, 세바스찬 스탠, 케이트 마라, 맥켄지 데이비스, 숀 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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