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진 Sep 18. 2015

영화와 세상의 연결 고리

"그 영화를 사랑하는 건 그 영화가 세상을 다루는 방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영화를 사랑하는 건 세상을 사랑하는 그 방법이다. 그리고 또 다른 영화를 사랑하는 건 세상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말하자면 영화를 사랑하고 또 하면서도 갈증에 시달리는 것은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결코 만족해서는 안 되는 사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들뢰즈의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사랑에는 어떤 숭고한 면이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걸 잊으면 안 된다. 그걸 잊으면 당신의 사랑은 돈 후안과 다를 바 없다."


(정성일,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55쪽, 바다출판사, 2010)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 2013)>의 대사 "I love the way you look at the world."를 온전히 여기에 바칠 수 있다. 영화 속 배우도, 이야기도, 이미지도, 솜씨도 아닌, 그 영화가 그 세상을 보는 그 방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의 CI가 나오는 순간은 언제나 벅차다. 엔드 크레딧이 나오는 순간에는 늘 아쉬우면서도, 그 영화를 보기 전과 후의 세상이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나서 그 달라진 세상에 대해 글로써, 말로써 이야기하기를 고대한다.


영화에 대해 말하거나 글을 쓰는 것은 스크린과 현실을 별개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의 그 세상과 현실의 이 세상을 이어줄 고리를 발견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매력적으로 느낀 그 세상의 그 느낌을, 아직 그 영화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과 그 영화 속 또 다른 세상을 만난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 고심하는 것이다.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는다 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지장은 없다. 그럼에도 그 한 편의 영화가 이 세상을 좀 더 맛깔나고 다채롭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기를 응원한다. 삶을 아름답고 맛있게 해주는 자양분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나'라는 한 편의 영화 역시 더 멋지게 완성되어 가기를 기대한다. 스크린의 영화가 끝나도 현재의 영화는 진행형이니까.






*좋아요와 덧글, 공유는 글쓴이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의지를 말하는 영화가 정말로 생동감을 뿜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